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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03. 2024

좋다고 말해요

<나는 내가 좋아요>

<나는 내가 좋아요> 제목의 그림책 뒤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 적혀 있다. 바로, '나는 내가 좋아요!' 앞서 말했던 '사랑해' 마법 주문 다음으로 많이 외치는 우리 집 마법의 문장이다. 우리 집은 온 가족이 출근하는 아침 시간에 "나는 행복하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친다. 이 그림책을 읽고 이 문장도 추가했다. "나는 내가 좋아요!"


36개월이 지나고 형님이 되었다는 우리 집 둘째는 요즘 "~좋아"에 빠져 산다. "엄마 좋아, 아빠 좋아, 언니 좋아, 우유 좋아, 친구 좋아" 진짜 좋아서 좋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좋아서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둘째의 말 덕분에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말만 들어도 알 수가 있다. 좋다고 말하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듣는 사람 기분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진정한 7살이 된 첫째도 그렇다. 선택의 상황에서 결정한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아이들의 삶에서 '좋음'은 분명한 자리가 있다. 아이는 좋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색깔이 있고 좋아하는 빵도 있고 옷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 말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에게 무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엄마에게 질문한다. 아이들이 "엄마는 뭐 좋아해?"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하자"라고 하면 엄마는 '얼음'이 된다. 내가 무얼 좋아하지? 속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다 좋아'라고 말하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답을 말한다. 나는 무얼 좋아하는 사람일까? 나의 삶에 '좋음'은 무엇일까? 내 일상에 좋다고 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서 엄마가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하자. 


나는 내가 좋아요


<나는 내가 좋아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이 자신을 좋다고 말하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과 "내가 좋다"라고 말하는 책을 읽으며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 최고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이 그림책은 내가 좋은 이유가 너무도 많다는 걸 보여준다. 밥을 잘 먹어서 좋고 정리 잘하는 내가 좋다고 말한다. 내가 좋다는 책을 읽으며 나도 내가 좋다고 말하게 된다. 좋다는 말도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요, 내가 좋아해요"


하얀 구름이 있는 하늘. 잠든 아이들 냄새. 스타벅스의 화이트 초콜릿 모카. 여행지에서의 노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으며 그때의 감정을 느껴본다. 일상에서 좋음을 건져내려면 조금 예민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오감을 예민하게 사용해 느끼고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를 다시 느끼는 것이 곧, 좋음을 찾는 방법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다시 돌아보고, 옆에서 나는 냄새를 집중해서 맡아보고, 주의 깊게 만져보고 느껴야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과 그림


자기 자신도 사랑하고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아이들에게 이 책을 드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만들기 한 것을 가져오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 온 그림과 좋아하는 친구에게 받은 편지들 속에는 온통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나도 아이였을 땐 좋아하는 게 많았겠지 싶은 생각도 들고 그 많던 좋음은 어디로 갔나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아야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으니까. 그래야 다른 사람의 행복도 눈에 보이니까. 


자지가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며 좋아했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이는 나에게 예쁘지 않냐고 물어보며 자신은 반짝이는 색깔을 좋다고 말한다. 이제 자신의 기준이 생긴 어린 둘째도 자신만의 ‘예쁨’과 ‘좋음’이 있다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엄마인 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안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 “이건 우리 딸이 좋아하겠네” 생각하고 예쁜 물건을 보면 “둘째가 좋아하는 색깔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걸 알까? 아이들에게도 엄마 아빠의 좋음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엄마는 무얼 좋아해, 아빠는 뭘 좋아한다고 말해줬고 아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집중해서 듣고 기억해 준다. 서로의 좋음을 아는 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걸 알아요, 그만큼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좋다! 고 말해보자! 내가 좋으니까 좋은 거다. 좋다,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느 우화를 예로 들면, 똑같이 씨를 뿌렸는데 자기 자신의 예쁨을 아는 들꽃만 진짜 꽃을 피웠다고 한다. 다른 화려한 꽃과 나무들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데 멈춘 것이다. 모두에게 ‘나만의 예쁨’이 있기에 누구나 꽃을 피울 수 있다. 나의 예쁨을 찾기 위해 먼저 나를 좋아하고 나의 좋음을 채워야 한다. 내 안에 있는 좋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좋음을 키워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게 달라지기도 하지만, 오늘도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좋다고 말해본다. “좋다!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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