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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10. 2024

오늘을 살아요

<오늘아, 안녕>


"긴 바늘이 6에 가면 방에 들어가는 거야~" 시계의 분침이 숫자 6을 향해 가면 '모두 제자리' 노래를 틉니다. 어린이집 효과로 34개월인 둘째는 열심히 장난감을 집으로 보내줍니다. 저는 먼저 안방 패밀리 침대 위로 올라가고 토끼 인형을 베개에 눕혀줍니다. 집 안의 모든 불은 꺼지고 침대 위 독서등만 주황빛을 뽐냅니다. 미니언즈 스피커에서 자장가가 나오면 아이들도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둘째는 3권, 첫째는 5권의 책을 들고 침대로 올라옵니다. 저희 집 하루의 끝은 잠자리 독서입니다. 꿈나라에 가기 아쉬운 아이들이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죠. 잠자리독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 자기 싫어서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각자 고른 책을 읽고 성경을 읽고 나면 주황색 불도 꺼집니다. "하은아, 소은아, 엄마는 오늘 제일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먹었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먹은 점심 메뉴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과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어떨지 느껴지실까요? 먼저 말을 시작한 엄마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져 오늘 하루가 다시 펼쳐지는듯합니다. 진짜 하루의 마지막으로 기도를 합니다. 엄마의 기도 다음으로 7살 첫째가 손 모아 기도하고 4살 둘째가 아멘-을 합니다. 잠자는 방이 밤으로 가득 차면 오늘은 정말 끝이 납니다.


다음날, 다시 새로운 '오늘'이 시작됩니다.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무사히 오늘의 내가 되었음에 감사합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나오면 먼저 일어난 둘째와 아빠가 아침인사를 건넵니다. 곧이어 첫째가 자고 일어난 베개를 제자리에 두고 거실로 나옵니다. 오늘의 가족이 모이는 첫 시간이죠.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과 무사히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무사한 일입니다. 무사히 오늘의 나와 네가 함께하다니 감사한 일이죠.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일상적인 반복일 수 있지만, 오늘도 아침에 가족들과 웃을 수 있음을 감사하고 싶습니다. 오늘이 기대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의 마음은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하루의 시작에 꼭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의 오늘이 웃는 날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죠. 아침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의 시작이 아침이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로 새로운 오늘을 시작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것이 오늘을 잘 사는 힘을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물론 아침에 웃었다고 해서 하루종일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길 버스를 향해 뛰어도 놓칠 수 있고, 어린이집 문 앞에서 아이가 바닥에 드러누울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침에 했던 생각대로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운이 너무 좋아서 착-착-착 걸을 수 있는 날이 있고 되는 일 하나 없는 멈춘 날일 수도 있습니다.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하루를 예측하는 게 더 힘들죠. 출근길에 아이가 아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고, 아이가 평소보다 낮잠을 오래 자서 여유로운 혼밥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나의 하루이지만,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게 육아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라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좋던 나쁘던, 나의 '오늘'입니다. 나의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나의 오늘은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나의 오늘아, 안녕


'오늘'은 사전적 의미로,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날을 말합니다. 지나간다는 것이죠. 오늘은 지나간다. 나는 오늘을 기분 좋게 지나갈 것인지, 짜증으로 가득 채울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의 어떤 오늘은, 지친 몸의 피로에 져서 남편에게 화를 낸 날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오늘은, 갑자기 아이들과 병원에 갈 일이 생겼는데 차에서 나오는 라디오 음악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저도 오늘의 비밀을 알게 되고 행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연습 중이기도 하죠. 오늘은 지나가는 날이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비밀이요. 오늘의 기분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지나간다는 오늘의 비밀을 잘 몰랐습니다. 지나가는 오늘을 왜 그렇게 붙잡아서 내일의 나까지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 오늘의 나에게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지나간다, 오늘도 지나간다. 나의 오늘을 어떻게 지나가고 싶은지 나에게 물어봅니다. 오늘 만난 그림책이 제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 오늘아-"


오늘의 그림책


토닥이와 이야기하는 '나'의 오늘도 똑같습니다. 이상한 오늘이었다고 말하는 그림책은 토닥이와 나의 대화로 채워져 있습니다. 평소처럼 지나간 일도 있고 평소와 다르게 힘들었던 일도 있습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토닥이가 토닥토닥해 줍니다. 토닥이가 누군지 궁금하시다면 그림 속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힌트를 드리자면, 저는 매일매일 아이들의 토닥이가 된답니다. 침대에 누워 토닥이에게 오늘을 이야기하는 나는,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토닥이가 집에 있기 때문일까요. 어렸을 때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말했습니다. 급식으로 무얼 먹었는지, 체육 시간에 아팠던 일, 친구에게 생긴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며 오늘을 살았습니다. 결혼을 하고는 남편과 오늘을 같이 살았고, 육아맘인 지금은 아이들과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며 나의 오늘과 대화하는 것도 좋습니다. 나의 오늘이 너와 나의 오늘과 만납니다. 그리고 서로를 토닥이며 서로의 오늘을 들어줍니다. 그렇게 오늘도 지나갑니다.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인 '오늘아 안녕'은 토닥이와 나의 오늘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리즈 중 다른 책으로는 토닥이와 잠들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불을 덮기 전에', 토닥이와 함께 자는 밤 이야기인 '밤기차를 타고' 책이 있습니다. 잠자리독서로 아주 좋은 책이기도 하죠. 내일 또 만나자는 토닥이와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나라로 간 아이들. 그리고 토닥이가 되어 그림을 보여주는 나. 저와 아이들도 내일 또 만나, 잘 자하며 인사했습니다. 내일 또 만날 수 있다니 설레는 밤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오늘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내일은 또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토닥이를 찾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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