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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13. 2024

여행을 떠나요

키오스크

"여행을 떠나요" 제목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여행" 두 글자를 읽는 마음은 어떤가요?


여행, 좋아하세요?




저는 여행에서 오는 설렘을 좋아한답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해 어디로 갈지 상상할 때부터 설레죠. 여행 가방을 챙기고 여행 준비를 하면서 설렘이 더해져요. 여행을 생각하며 떠올렸던 것들이 여행을 하면서 선명해진달까요. 저의 여행이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 보니 제가 아이였을 때가 기억납니다. 기차를 타고 친척집에 가고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고,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다녔던 기억이요. 그 아이가 자라서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평생 짝꿍과 여행의 추억을 만들기도 했죠. 그리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여행을 다니고 있답니다.

1박 2일 여행이 결정된 2주 전이라고 하면, 저에게 그 여행은 14박 15일과 같아요. 여행을 간다는 마음이 여행의 시작이 된답니다. 내가 다음 연휴에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까지 설렘이 더해진 일상을 살게 되는 거죠. 그래서 계속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아요. 여행 계획만 세울 때도 있고 여행 가고 싶은 곳을 저장해 두는 편이에요. 여행을 가면 '나'는 새로운 내가 되어요. 새로운 곳에서의 '나'는 어떤가요? 보통 여행 기간 동안은 '좋게 좋게'의 마음을 가진 '나'에요. 여행 왔으니까 좋게 생각하자, 여행이니까 기분 좋게 보내자는 마음이요. 이런 제가 올가를 만나고 여행 같은 일상을 꿈꾸게 되었어요.


그럼, 예상치 못한 여행을 떠난 올가를 만나볼까요?


아주 작은 가판대, 키오스크를 지키는 올가의 일상은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이에요. 누가 무엇을 사러 몇 시에 오는지 다 알고 있는 올가.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 잡지를 읽으며 꿈을 꾼답니다. 어느 날, 올가의 세상이 뒤집히고 키오스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요. 키오스크를 탄 올가는 흐르고 흘러 바닷가로 가게 되고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아요. 여행을 꿈꾸던 올가가 이제는 매일매일 멋진 석양을 보며 잠에 든답니다.


여행지에서 보는 석양


잡지에서만 보던 석양을 직접 보게 된 올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드는 하늘처럼 올가의 마음속에도 여러 감정이 섞여 빛을 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여행지에서 보는 석양을 좋아해요. 새로운 곳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해가 지는 걸 보면 내가 정말 그곳에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죠. 여행지에서 본 노을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서요. 계획된 여행이 주는 설렘도 좋고 예상치 못한 여행의 순간도 좋죠. 올가처럼 꿈꾸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도 올가처럼 키오스크를 옮겨볼까요?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이라는 말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고 싶습니다. 여행의 설렘을 일상에서 찾아보는 거죠. 키오스크를 옮겨 여행지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는 올가처럼, 나의 시선을 옮겨보는 거예요. 저의 이번 여행이 그런 여행이고 싶습니다. 여행 같은 일상을 지내다가 일상 같은 여행을 즐기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땐 마음에 설렘의 테두리만 그리려고 노력했답니다. 사고 싶고, 먹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로 미리 채우지 않고 담을 수 있는 빈 그림만 마음속에 두고 떠납니다.

여행 하루 전 날, 미리 글을 올립니다. 이제 내일이면 저의 키오스크가 새로운 나라로 옮겨지네요. 준비물 목록을 만들지 않고, 맛집과 관광일정을 시간 단위로 세우지 않고, 그저 채울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떠납니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여행지의 공기를 담고,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을 채우고, 해가 지는 하늘을 담아 오고 싶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채워진 마음을 하나둘 꺼내 보겠죠. 그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하루하루를 잘 보냈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겠죠. 여행지에서의 '좋게 좋게의 나'는 지금 여기 일상 속 키오스크에도 있어요. 좋게 좋게 여행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 매일 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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