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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Mar 16. 2024

마음을 열어요

<마음이 아플까봐>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세상의 호기심과 신비로움을 마음에 가득 채우던 소녀는

할아버지의 빈 의자 앞에 두려움을 느끼고 마음을 병에 넣어버립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마음을 빈 병에 넣었더니 마음만 안전할 뿐이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나고 소녀는 마음을 꺼내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마음을 꺼낼 수 있었을까요?

 



마음이 아플까봐 마음을 닫아본 적 있나요?


저는 마음이 힘들 때 이불 속에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그렇게 이불 동굴 속에서 며칠을 보내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을 이불속에 가두고 모르는 척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제 마음을 꺼내줍니다.


작은 손으로 토닥이며 마음 문을 똑똑 두드리고,

마법의 주문을 말하며 마음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닫혀있던 마음의 동굴에 밝은 빛이 들어옵니다.


"엄마 괜찮아, 엄마 사랑해"

 



마음을 병에 넣고 닫아버린 소녀.

병에 가둔 소녀의 마음을 작은 아이가 꺼내줍니다.

소녀의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소녀는 할아버지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세상과 마주합니다.  

비어있던 할아버지의 의자가 채워지고

소녀의 마음도 다시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마음을 병에 가둔다면,

엄마인 저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처럼 사르르- 마법으로 마음을 꺼내줄 수 있을까요?


소녀와 함께 세상의 호기심을 채워가는 할아버지가 제 모습 같았습니다. 엄마이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죠.

저도 아이에게 세상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고

아이는 저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고 있으니까요.


마음이 아플까봐 마음을 빈 병에 넣었더니,

소녀가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호기심, 궁금증, 기대, 즐거움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게 되었죠.

아이의 마음이 닫히자 아이의 세상도 닫히게 된 것입니다.



소녀의 마음을 열어주는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는,

어쩌면 소녀의 작은 모습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의 자신이자 호기심 가득했던 작은 소녀의 모습이요.

7살, 4살인 우리 딸들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아이죠.



할아버지의 빈 의자 앞에서 소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비어 있는 의자에 앉을 생각조차 못했던 소녀는 마음을 병에 가두는 걸 선택했지만,

작은 아이를 만나고 마음을 꺼내며 이제 의자에 앉아 다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마음을 병에 넣고 닫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면,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엄마와, 아빠와, 세상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으로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이길-.

그렇게 저도,

아이들도 의자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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