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Jul 19. 2024

처음을 함께 해요

그림책 읽는 이야기 

손수건 20장, 목욕 수건이 될 천 기저귀 5장, 개띠라서 강아지가 달린 손바닥 크기의 옷. 그리고 귀여운 아기가 그려진 책 한 권. 


나의 첫 아이와 만나기 전 내가 준비했던 것 중 일부다. 이후 추가된 것들이 너무 많기에 극히 일부라는 표현을 덧붙인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초보맘이자 나의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출산 준비를 하며 책을 준비하다니. 출산이 어떤 건지, 엄마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내가 책을 미리 샀다는 게 신기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 


나는 나의 첫 아이와 처음 만났고 나의 첫 아이는 책과 첫 만남을 했다. 그때부터 아이와 나는 함께 책 여행을 하고 있다. 나와 아이는 처음을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통해 처음 엄마가 된다. 아이의 처음은 엄마의 처음이 되고 엄마의 처음도 아이의 처음이다. 둘의 관계는 처음을 공유하는 사이라서 특별하고 더 소중하다. 처음은 기억되고 기록하고 싶은 것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기록을 기억으로 남기고 있다. 처음이란 강렬하고 오래 기억되며 자꾸 말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현재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그림책 읽는 엄마도 되었다. 내가 읽은 첫 책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들과 본 처음 책의 기억은 생생하다. 육아맘이 되고 책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인 나도 자랐는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책에서 얻는 것은 정말 많았다. 나는 육아서로 엄마를 배우고 아이는 책으로 세상을 배웠다. 아이들과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좋았다. 바로 그림책.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여행을 하는 중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 엄마가 여기 있다. 그림책은 꼭 아이를 위한 책이 절대 아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두 딸과 함께 그림책을 읽게 되었다. 아이들은 나에게 엄마 이전의 삶에서는 없었던 것들과 만날 기회를 가져다주는데, 그림책 세상도 그것에 속한다.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기도 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주는 존재가 아이들이면서 그림책이다.


책 <너와 나>


우리 집에는 아이들의 침 냄새를 간직한 책들이 있다.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더 어린아이에게는 먹잇감이 된다. 구강기 시절 아이들이 먹었던 책들을 보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음악을 들으면 그 시대가 생각나듯 책을 보면 그 책을 읽은 때가 생각난다. 아이들의 시절을 간직한 책들이 엄마인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과 공존하고 있는 우리 집. 우리 집 책장에서는 두 시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을 그림책 여행기라 부른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떠나는 엄마의 여행기이자, 엄마가 그림책을 읽으며 발견하는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엄마가 된 나에게 그림책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와 대화하고 그림책을 읽어주며 '나'를 그린다. 아이들도 나와 함께 그림책 여행을 하며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분명한 건 우린, 서로에게 처음이자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국어사전에서 육아란 어린아이를 기름이라는 뜻이다. 육아를 하는 사람이 말하는 육아란,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란다는 의미다. 나는 결코 육아가 어린아이만 자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아를 하면서 엄마인 나도 자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도 성장했다. 아이가 세상을 배워갈 때마다 엄마도 새로운 세상을 살아내야 했고 아이에게 새로움이 많아질수록 엄마가 경험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아이가 처음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 주기 위해 엄마인 나는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전에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인 나부터 '나'와 친구가 돼야 했다. 우리 집에서 그림책은 엄마와 아이의 성장 선생님이다. 많은 육아서와 유명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육아서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책에서 엄마와 아이가 '나'를 만나는 이야기가 바로, 그림책 읽는 이야기다. 


책 <백 살이 되면>




이전 09화 다시 만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