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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Feb 24. 2024

다시 만나요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의 삶에는 포옹이 많다. 남편과 아이들을 매일 안아주고 그들에게 매일 안김을 당한다. 누군가를 안아준다는건, 사랑을 표현하는 쉬운 방법임과 동시에 서로의 온기를 전하는 방법이다. 우리 집 임씨들은 나에게 안아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엄마가 안아줘야 엄마가 옆에 있음을 안다고, 내가 안아줄 때 사랑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의 존재는 포옹으로 확인되고 포옹으로 사랑을 전한다. 네 살 둘째는 '엄마 안아'만 말하던 시절이 있었고, 일곱 살 첫째는 자기가 울 때 꼭 안아줘야 한다는 규칙까지 만들었다. 게다가 서른여덟 살 남자는 언제든 안아줘도 좋단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고 안기며 사랑이 퍼져간다. 서로의 온기가 오고 갈 때 서로의 존재가 분명해진다.  


매일 포옹하는 삶을 사는 내가 나의 엄마 품에 안긴 지는 얼마나 오래됐을까. 내가 엄마를 안아드린 적은 언제가 마지막일까 생각해 본다. 나도 내 딸들과 같은 시절엔 매일 엄마와 포옹을 했을 텐데, 언제부터 안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엄마가 좋아서 안기고 싶은 딸이었을 테고 엄마가 날 안아줄 때 엄마의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출산을 하고 지금까지 아이들을 안으며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많은데 지나고 보니 내가 안을 수 있는 것도 잠시뿐임을 깨닫는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엄마 안아줘"를 들을 수 있는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떼를 쓰고 우는 아이를 이기겠다고 안아주지 않았던 내가 미워진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이에게 매일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사랑이 담긴,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아이와의 첫 만남부터 아이와 처음 헤어지는 날까지를 그리며 엄마가 아이 옆에서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책.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우는 아이와 까꿍놀이를 하며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다시 돌아온다는 걸 알려주고, 유치원을 다니며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을 했던 아이는 이제 엄마 없이 자신의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엄마도 아이가 없는 일상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엄마도 아이가 보고 싶고 아이도 엄마가 보고 싶지만 꾹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서로가 다시 만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서로를 꼭 안아줄 것이라고-.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세상을 누비며 훨훨 날아다니렴.
그러다 힘들면 언제든 엄마에게 찾아오렴.
다시 날아오를 힘이 생길 때까지
엄마가 꼭 안아줄게.

안아줄게-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엄마만 운다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그림책 속 엄마가 되어 읽으니 왜 눈물이 나는지 알겠다. 내 인생에서 처음 생명을 안았던 날이 생각나고 내 인생에서 독립할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엄마는 너희를 언제나 다시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너희도 알고 있는지, 엄마는 너희를 언제든 안아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걸 너희가 알고 있는지,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날 때 너희가 꼭 알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벌써 걱정이 많아진다. 엄마가 언제나 여기 있다고, 엄마는 너를 언제나 안아줄 수 있다고 말해야지.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난다는 믿음을 품고 자라기를, 언제든 꼭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매년 3월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달이다. 지금은 엄마와의 헤어짐에 익숙해졌지만 처음 기관에 갈 때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몇 번의 3월을 지나며 아이들은 엄마와 헤어져도 다시 만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연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연습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을 배우는 연습. 다시 만났을 때 웃는 얼굴로 안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랑이 담긴 포옹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이자 믿음의 표현이기에 오늘도 포옹을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 울지 않는다. 언제나 다시 만날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해야지, "엄마가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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