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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06. 2024

멜버른 벽화를 찾아다니는 디자이너

Ep. 01 멜버른으로 가는 기차, 11시간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68 

Ep. 02 북디자이너가 즐기는 멜버른 서점투어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69 

Ep. 03 멜버른에서의 새벽 5시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0

Ep. 04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난 워킹맘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2


멜버른 여행 _  Episode 05


마지막 여행날, 나를 위한 여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첫날은 딸을 위한 시티 구경

둘째 날은 아들을 위한 동물원 구경

이제 내 차례다. 드디어!


내가 선택한 여행일정은 그라피티 거리를 걷고, 중간에 잠깐 빅토리아 도서관을 구경하고, 오후에는 미술관을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멜버른까지 가서 무슨 도서관? 이러겠지만, 맞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림 좋아하고, 도서관 가서 책 보고 공부하는 거 좋아하고, 미술관에서 하루종일 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침부터 설레었다.


이날도 모닝수영을 30분 동안 하고, 아침식사도 든든하게 하고, 호텔체크 아웃을 하고, 일찌감치 호텔을 나섰다. 





그라피티 거리를 찾아서

지난 에피소드 03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가 대학원에서 리서치했던 '멜버른의 그라피티'를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을 온 이유 중 하나였다. 어쩌면 첫 번째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속에서만 수십 번, 수백 번을 봐왔던 그라피티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기대하고 멜버른에 왔다. 


전날 관광 정보센터에서 그라피티 투어를 위한 지도도 받았기에, 그 경로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호텔에 가방을 맡겨 놓은 상태였기에, 우리는 호텔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0번 벽화거리부터 보기로 하고 이동했다. 




그곳이 빅토리아 마켓이 있는 곳이라, 잠시 들러 휘리릭 분위기만 파악하고 그라피티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첫 번째 시도는, 지도를 잘 못 봐서 지나쳤고, 

두 번째 시도는, 철문으로 골목을 잠가놔서 들어갈 수가 없었고, 

세 번째 시도는, 페인트로 싹 다 지워져 있고, 

네 번째 시도는, 쓰레기통으로 가려져 있고,

다섯 번째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쯤이면 멜버른에서의 그라피티와 인연은 끝난 것으로 여겼다. 더 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나의 짝사랑이 과했나 보다. 


며칠 동안 호텔 근처에서 본 여러 가지 그라피티로 충분하다 여기기로 했다. 그러면 나는 10개의 거리 중, 7개의 거리를 걸어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끝!


다음 일정!!


도서관으로 가자!!!





State Library Victoria

멜버른 여행에 대한 사이트에서 이 도서관을 관광지로 선정해 놨다. 그러니 나는 궁금해졌다. 도서관을 투어 한다? 어떠한 가치가 있길래, 관광객들에게 이곳을 꼭 방문하라고 했으니 나도 도서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6층에는 Viewing Balcony로 올라가자마자. "아... 오길 잘했다." 돔형 도서관의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 힘든 웅장함, 거대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난 건축물에도 관심이 많다. 어렸을 적 서울대 건축화과를 다니던 사촌오빠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었는데, 그의 프로젝트 과정을 직접 매일 접하면서, 기본적인 배경을 쌓은 듯하다. 운이 좋게도, 디자인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그룹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들의 시선은 3D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의 시선도 이제는 3D와 2D의 디자인이 동시에 내 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 공간은 3D를 넘어서서, 5D, 6D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타임머신을 탄 듯도 하고, 건축물이 주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The Rume Gallery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검색하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디지털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거길 가야지. 사실, 호주에서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전시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앉다. 전시가 열린다 해도 그 규모가 작기에 30분, 1시간이면 모든 작품을 충분히 볼 수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근데, 나의 착각이었다. 입장을 하자마자 보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그리고, 그가 어떤 영역에서 천재성을 보였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난 이미 그 전시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작품과 함께 적혀있는 그의 철학이 담긴 말들. 


지금 내 브런치북의 제목은 [난, 멀티디자이너]이다. 그런데 멜버른에서 나의 롤모델을 만난 듯했다. 진정한 멀티 예술가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어떠한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했는지, 고객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한마디 한마디, 모두 나에게 와서 나를 쓰다듬어주는 듯했다. 내가 요즘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그가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그렇게 위안을 해주는 듯했다. "잘하고 있어!" 




그리고 그의 스케치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 원본 





그리고 마지막 전시홀, 


관람객들이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에 사방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으로 꽈 채워지고, 나는 한참을 그곳에서 넋 놓고 감상을 했다. 


"존경스럽다"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분명 오전에 그라피티 거리를 헤매다 포기를 하고 왔는데, 이곳에서 진정한 벽화를 마주하다니!! 


실망한 날 위해, 누군가 특별하게 준비한 전시회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벽화작품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장조 - 스시티나 성당 천장화>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까지 나를 찾아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다음 여행은 이탈리아다!" 


사실, 난 20살 때 저 벽화를 직접 보고 왔다. 그때의 감정이 다시 올라오면서, 다시 가고 싶어졌다. 

나를 찾는 두 번째 여행을 해야겠다. 

때는 나 혼자 가야겠다. 

내년 내 생일에도 나에게 선물을 줘야겠다. 

이탈리아 여행. 

하고 싶은 게 있다. 

나 혼자여야 할 수 있는 일.


멜버른의 마지막 날, 또 다른 꿈을 내 안에 품었다. 





다음편>>> Ep.6 디자인 도시, 멜버른에서 나를 만났다.

https://brunch.co.kr/@maypaperkunah/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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