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시 시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며, 나는 나 자신과 일상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은 마치 오래된 거울을 닦아내며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흔적들을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그렇게 나의 부족한 점들이 하나둘 선명해졌고, 스스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깊이 다가왔다.
이때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나의 내면과 경험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고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통해, 나는 내 글과 삶이 단순한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고 풍성한 의미로 거듭나야 한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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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심에서 비롯된 기획이 있다. 나는 두 개의 새로운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이는 기존의 브런치북들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방향으로 시도해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매주 6개의 글을 6주간 이어가는 긴 호흡의 글쓰기가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매주 나의 일과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한 편씩 10주간 써보려 한다. 이 두 프로젝트는 나 자신과의 새로운 약속이자 나의 글쓰기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감각과 영감이 이끄는 대로, 이른 새벽에 떠오른 생각을 글로 옮기는 방식으로 글을 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흐름을 잠시 멈추고,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글을 써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이번에는 글을 쓰기 전에 전체글의 컨셉을 기획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구하며, 글의 구조를 세심하게 설계하려 한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형상을 따라가기보다는, 이성과 논리를 통해 나의 생각을 보다 명확하고 드러내고자 함이다.
예전의 나는 마치 강물 위에 배를 띄워 바람과 물결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여정을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내면의 자신을 깊은 산속에 홀로 남겨둔 기분이다. 손에 들린 것은 익숙하지 않은 나침반 하나뿐, 그리고 앞에는 아무도 닦지 않은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다. 이제는 그 나침반을 손에 쥐고, 야생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이 여정은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동시에, 내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안다.
그 시작은 막연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어둠이 찾아오면 두려움이 나를 엄습할 것이고,
이 여정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하루에 나아갈 수 있는 거리도 턱없이 짧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낼 것이다.
두려움은 차츰 설레임으로 변할 것이고,
나는 분명 이 새로운 길에 스며들 것이며,
마침내 그 길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깊은 산속의 고요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요 속에서 내 생각은 점점 깊어지고,
그 깊이를 글로 풀어내며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나의 책을 탄생시키는 토양이 되어줄 것이다.
"시작이 아무리 미약해도 그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 소로 "
(주)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은행나무,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