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살의 딸. 현재 호주의 수능 HSC를 치르고 있으며, 목요일에는 마지막 물리 시험이 하나 남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쳤기에, 이미 졸업생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100시간의 운전 연수를 끝내고 빨간 P 면허증을 취득한 후 혼자 내 차를 몰고 발레 학원에 간다. 호주에 온 후 6년 동안 내가 하던 일이었다.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왔다가 1-2시간 후 다시 데리러 가는 반복된 일상. 그 과정은 단순히 이동의 반복이 아니라, 딸의 꿈과 열정을 지지하는 내 헌신의 시간이기도 했다. 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기에, 나의 품 안에서 딸이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 라이딩의 과정에는 딸과 8살 차이 나는 동생도 항상 함께해야 했다. 잠들어 있는 아들을 깨워서, 화장실에 앉아 있는 아들을 재촉해서, 밥을 먹여야 할 땐 도시락을 챙기면서까지 나는 딸의 꿈을 위해 항상 서포트를 해주는 엄마가 되어주었다.
이제는 그 딸이 혼자 차를 몰고 떠난다. 처음에는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점점 딸의 독립적인 모습을 보며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 사고에 대한 걱정도 희미해지고, 딸의 외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딸이 정말 내 품을 떠나고 있구나. 혼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려는 시도를 하는구나. 부모로서의 역할은 단지 보호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독립을 지켜보며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나의 보살핌과 지지가 필요했던 조그마했던 딸아이가 이제는 성인이 되어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뜻밖에도 딸아이는 나에게 하나둘씩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 있다. 내가 힘겨워했던 라이딩을 대신해 나에게 자유의 시간을 주고, 발레 학원에서 돌아오며 엄마를 위해 작은 음료수를 사다 주는 모습에서 나는 딸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더 나아가,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며 성숙해 가는 모습은 내 마음에 따뜻한 미소를 남겨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딸의 운전 중에 겪는 어드벤처한 에피소드들은 나를 웃음 짓게 한다. 그 이야기들은 단순한 일상 속 경험이 아닌, 딸과 나 사이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딸의 독립은 단지 운전면허를 따고 혼자 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만의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가는 시작이었다. 그 세상은 내가 매일 곁에서 지켜본 소녀의 세상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과 발견들로 채워져가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보호받는 아이가 아닌,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며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깨닫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각자는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성장을 거듭한다는 것. 내 딸에게 그 세상은 꿈을 향한 열정, 독립된 선택, 그리고 스스로의 발걸음을 책임지는 모험이 될 것이다. 나는 비록 그녀의 세상 밖에서 응원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딸은 스스로를 발견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저 품어주고 보호하는 것을 넘어, 그녀의 세상을 지지하고 그 길을 믿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되었다. 그리고 딸이 언젠가 그 세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나와 대화할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맞닿아 새로운 연결을 만들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세상을 살아가지만, 그 세상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사랑과 이해를 배우고 함께 성장한다. 딸의 독립은 우리 둘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자 성장의 기회였다. 모두에게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고,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할 공간이자 타인이 존중해야 할 영역임을 다시금 깊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