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한적한 4-5차선 도로에서 마지막 차선을 느릿느릿 달리는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는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차들이 비상등을 깜박이며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다른 차선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들 인내심을 가지고 그 느린 차를 따르고 있었다. 고요하고도 차분한,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았다. 어딘가 저 차 안에 내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들 속에서, 누가 뭐라 하든 자신만의 속도로 흘러가는 차를 보며, 나도 어쩌면 이렇게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은 나에게 내 현재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요즘 나는 수많은 계획과 목표가 차례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은 그 목표에 한꺼번에 다가서려 애쓰지 않는다. 길게 늘어선 미션과 과제들이 나를 재촉하는 듯하지만, 나는 일부러 더 여유를 가지고 그 속도를 조절하며 하나씩 나아가고 있다. 빠르게 앞질러가는 이들 속에서 나는 느리게, 그러나 나만의 리듬으로 이 여정을 살아가고 있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의 길에는 조급함을 들이지 않으려 한다. 내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주는 묘한 안정감 속에서, 나는 지금의 속도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믿는다.
속도를 낸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목표란 단순히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의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깊어지는 하나의 여정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통찰을 얻는지에 있다. 그래서 내 삶을 무작정 속도에 맡기기보다는, 내가 주체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그 길을 즐기고 싶다.
한때는 삶의 흐름에 몸을 맡겨 자연스레 흘러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선택한 리듬에 맞춰 걸어가는 삶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현재의 나는 그 속도와 방향을 선택함으로써, 내 삶을 나의 방식으로 살고자 한다. 그것이 잠시 동안 나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임을, 지금의 내가 깊이 느끼고 있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단순히 발걸음을 늦추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이자, 나의 삶에 나를 담아 이끌어가려는 의식적인 선택이다. 나는 매 순간을 진정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싶다. 그동안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소중한 순간들을 놓친 적이 많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과 다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삐 지나쳤던 풍경이나, 놓쳐버렸던 작은 기쁨들, 나를 성장하게 해 준 그 순간들이 다시금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생각이 나를 멈추게 한다. 그렇기에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내 속도로 살아가겠다는 선택을 할 뿐이다. 비록 그 속도가 느리게 보일지라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이 느린 발걸음들이 모여, 어느덧 나만의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