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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04. 2025

멜버른과 시드니,  그 사이에서 찾은 고요

maypaper No1. CONNECTION / Ep03

나의 2024년 마지막과 2025년의 시작은 멜버른의 활기찬 거리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결되었다.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였고, 그 안에서 나는 작은 일부가 되어 복잡함과 소음 속에서도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갔다. 트램이 지나는 좁은 골목길과 카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멜버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2024년의 마지막 날을 조용히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해에 대한 기대와 차분함을 마음에 담았다.


하지만 1월 2일, 밤기차로 긴 여정을 거쳐 시드니로 돌아온 후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일상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했다. 새벽빛이 스며드는 시드니 센트럴 역에 도착했을 때, "시드니가 낯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이 든 이유를 찾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깨달았다. 시드니는 여전히 내가 알던 도시였지만, 멜버른에서의 며칠이 내 시각을 바꾸어 놓았다. 멜버른은 빽빽한 고층건물들로 가득했고, 그 아래에서 나는 마치 거대한 도시의 구조물 속에 갇힌 듯했다. 트램의 소리와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도시의 리듬을 만들었다면, 시드니는 달랐다. 고층건물 사이로 넓고 푸른 하늘이 보였고, 빛과 공기가 도시의 틈새를 채우고 있었다. 시드니의 풍경 속에서 도시와 자연은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도시 구조의 차이를 넘어, 두 도시가 지닌 철학적 태도의 차이를 보여주는듯 했다


센트럴 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우리 동네에 도착하자, 시야가 온통 초록의 나무와 푸른 하늘로 가득 찼다. 하늘은 끝없이 넓었고, 나무들은 울창했다. 그 순간 자연이 나를 다시 환영하는 듯했다. 잠시 떠나 있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던 나무들과 하늘이 나를 품어주었다. 이는 자연과 내면적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고, 멜버른의 도시에 순식간에 스며들었던 것과는 달리, 자연은 나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자연이 전한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했다. 나는 도시라는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나를 잃고,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분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쉼터이자, 내면을 되찾는 장소였는데, 그동안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이제는 나무 한 그루, 하늘 한 조각이 주는 안정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2025년, 나는 이제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해를 차분히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멜버른과 시드니, 도시와 자연이라는 대비 속에서 나는 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곧 서울로 돌아가 3주를 보내야 하는데, 그곳에서 도시의 복잡함과 자연의 고요함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오랫만에 느낄, 서울의 한강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요함과 복잡한 거리의 소음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 답은 아마도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단순함 속에 있을 것이다. 복잡함 속에서도 나만의 고요를 찾고, 고요 속에서도 세상의 리듬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2024년의 끝에서 2025년의 시작을 맞이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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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nah Jung 아티스트 정근아 & the Me 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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