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내 삶에는 오직 ‘직진’이라는 선택지만 존재한 듯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삶의 방향처럼 여겨졌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
“뒤돌아보면 안 된다.”
“멈추는 건 곧 실패다.”
이런 문장들이 내 안의 명령어처럼 반복되었다.
설령 그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더라도,
지금껏 걸어온 시간이 아깝고,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그저 무조건 앞으로,
전진만이 정답이라고 믿었다.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늘 상대를 향해 나를 내던졌고,
내 감정과 욕구는 뒷전이었다.
모든 중심은 타인에게 있었고,
내 삶의 방향키마저 그들의 말과 태도에 맡긴 채로,
그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 나의 기분, 나의 존재감까지 출렁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쳤고, 상처받았고,
종종 ‘왜 나만 이토록 애쓰는가’라는 억울함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탓을 온전히 상대에게만 돌렸다.
나의 선을 넘은 직진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은,
그 모든 흐름을 완전히 반전시킨 시기였다.
앞만 보고 달리던 나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유턴’을 결심한 운전자처럼 멈춰 서서 되돌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건 단지 방향만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삶의 속도와 목적지, 그 모든 전제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깊은 자각에서 비롯된 멈춤이었다.
거기서, 직진이 아닌, 유턴을 선택했다.
돌아간다는 건 단순한 후퇴가 아니었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위해 돌아가는 ‘성장의 길’이었다.
나는 삶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기로 결심했다.
다른 누구보다도 ‘나’부터 다시 배우기로 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을 처음처럼 되묻고,
숨 쉬듯 당연하게 여겼던 ‘말하기’조차,
“나는 지금 정말 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조심스럽게 점검했다.
무엇보다도, 이 유턴의 여정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었다.
이전에는 내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 기준은 타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울을 보듯,
내 안을 바라보고,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그 모든 유턴의 과정은, 결국 나를 다시 구성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더는 같은 자리를 맴도는 도돌이표 인생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터닝포인트’였다.
삶은 직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유턴도, 멈춤도, 심지어 길을 잃는 순간마저도
모두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직선으로만 날지 않는다.
때론 바람을 피해 빙 돌기도 하고, 멈춰서 방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나의 길을 걷는 나 역시, 그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삶을 살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 다시 직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직진은
누군가가 정해준 방향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이 될 것이다.
그 길 위에 놓인 걸음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인 끝에 내딛는 진짜 나의 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유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땐 또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틀 것이다.
왜냐하면 그 유턴 또한
나를 또 다른 단계로 이끌어주는
나선형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에 함께하며, 총 12인의 작가가 함께하는 책 『엄마의 유산』이 오는 7월 23일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