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를 낳은 뒤,
나는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늪에 빠졌다.
오랫동안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았다.
살기 위해 발버둥쳤고,
숨 쉴 틈은 있었지만, 그 늪을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했다.
살려 하지 말자.
안간힘을 빼버렸다.
나는 더 깊은 늪으로
더 깊은 어둠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바닥에 닿을 즈음,
누군가는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시체 같다.”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나는 실제로 ‘죽음’과 마주하는 공포를 수차례 겪었다.
그 늪의 바닥,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던 그 자리에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7년의 일이다.
2019년, 호주로 이민을 왔다.
2021년,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다시 공부했다.
2023년, 북클럽에서 인문책을 읽기 시작했고
2024년, 본격적으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나는 나를 찾았다.
나의 삶을 찾았고,
나의 꿈을 찾았다.
나의 세상도 창조했다.
그 바닥에서 내가 한 일이라곤
오직 나만 바라보며 사는 것이었다.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지난 1년,
나는 나를 공부했다.
나를 관찰했고, 분석했고,
이해했고, 인정했다.
이제는,
늪이 다시 나타나도
그 위를 살포시 걸을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
나는 무지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던 그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나는 나를 알게 되었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되었으며,
나로 살아가는 길을 배웠다.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 나는 나를 지키는 법을 안다.
그게 내가 늪에서 배운 가장 깊은 진실이었다.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