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도리 vs 끄덕끄덕 vs 갸유뚱 / 근아의 몸짓좌표

by 근아

주말마다 쓰고 있는 이 브런치북, <내가 가리키는 것>.
일상을 기록하는 동시에,

나만의 사전을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매일 마주치는 어떤 사물, 스치는 장면, 또는 문득 떠오른 감정의 흔적 하나. 그 모든 것들이 단순한 일상 너머를 가리킬 때, 나는 그것들을 곱씹고, 오래 들여다본다. 그러니, 이 브런치북 <가리키는 것>은 나만의 "사유사전" 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깊이 있는 언어’를 발굴하고, 그것이 결국 나만의 세상를 구성하는 ‘개념어’가 되어가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아주 새롭고 낯선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마치 무언가가 내 안에서 스르르 연결되어, 전에 없던 질서가 생겨나는 순간처럼 말이다. 오늘의 발견도 그랬다. 처음엔 재미난 발견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는데, 결국 하나의 ‘자연스러운 규칙’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간이 가진 몸짓의 언어 그리고 자연이 가진 신비한 리듬

도리도리 vs 끄덕끄덕 vs 갸유뚱





새벽 독서모임 시간.
호스트가 화면 너머로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스크린 속에 모여 계신 멤버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신다.

잠시 후, 또 하나의 질문이 던져진다.

이번엔 모두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런데 그 끄덕임의 정도가 서로 다르다.


어!

그 순간, 요즘 내 관심사인
X축과 Y축의 기본 원리가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나만의 관찰이 시작되었다.

그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몸짓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호!! 나만의 결론이 내려졌다.


도리도리 - 좌우로 고개를 젓는 행동.

이는 X축에서 범위를 벗어나는 것과 같다.

즉,

‘그건 내 생각의 범위 밖이에요.’라는 무언의 표현.


끄덕끄덕 - 위아래로 고개를 움직이는 행동.
이건 Y축의 움직임.
내 생각의 범위(X축) 안에서
수긍의 정도(Y축)만 달라지는 셈이다.


누군가는 조심스레 한 번,
누군가는 여러 번 리듬을 타며,
누군가는 위아래로 크게,
또 어떤 이는 몸까지 함께 움직이며
강한 동의를 표현한다.


갸우뚱 -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행동.

X축 기준으로 보면
내 생각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생각의 영역도 일단 받아들이는 태도.

‘그건 좀 낯설지만, 흥미롭네요.’
‘음, 다시 생각해볼게요.’


이 작은 고개 기울임엔
의문과 탐색, 공존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이 짧은 순간을 통해 나는 나만의 규칙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의 몸짓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것.

좌표처럼 펼쳐진 이 리듬 속에

각자의 판단, 감정, 수용의 경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

데카르트의 일화가 생각났다.


르네 데카르트는 병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장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파리 한 마리를 보게 된다.
그때 문득, “저 파리의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거기서 공간의 한 점을 수치로 설명하는 방법,
즉 가로(x축), 세로(y축), (필요하면 높이 z축)와 같은 수학적 좌표 체계를 고안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2차원·3차원 좌표계의 기초가 된 이론이다.


이 장면은 데카르트가

직관과 이성의 힘으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태도를

가장 단순한 일상에서 끌어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 역시 작지만 그런 힘이 내게도 깃들어 있음을 느끼며,

조용히 그런 힘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젓고, 기울이는
사람들의 몸짓을 바라보며
좌표를 그리고 있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일부를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데카르트가 수의 언어로 세상을 정리했다면,
나는 몸의 언어로 생각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그렇게 나는,


'근아의 몸짓 좌표’를 만들어냈다.




2025년 7월 16일 - 18일 | 3일간의 사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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