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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3일차 _ 옥스퍼드 01

by 근아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날씨가 좋은 날엔

당일치기로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를 다녀와보자 했다.


그날이 영국 여행 3일째, 화요일이었다.


옥스퍼드로 가는 익스프레스 버스, Oxford Tube 전용 정류장이 노팅힐 근처에 있었기에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매일 숙소 문을 나설 때마다, 노팅힐에 머물기로 한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는 걸 실감했다. 어디를 가든 한 번에 닿을 수 있는 루트가 있었고, 그 편리함이 여행의 작은 기쁨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를 충분히 알아보고 예약할 여유가 없었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뜻밖의 순간들이 오히려 행운처럼 느껴졌다. 마치 모든 것이 나를 어느 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듯했다.


그날 아침의 공기는 맑고 차가웠다.
하늘엔 구름이 흩어져 있었지만,

하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투명한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영국의 하늘도 이렇게 맑을 수 있다는 것을 뽐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마음속 깊이 느꼈다.
‘오늘은 옥스퍼드로 가야 하는 날이었구나.’


모든 것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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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지나자,

창밖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던 집들은 점점 흩어지고,

그 사이로 초록빛 초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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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이 흘러, 풍경의 분위기가 점점 웅장하게 바뀌더니
마침내 옥스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옥스퍼드가 왜 그토록 위대한 대학인지 —
그 이유가 굳이 설명되지 않아도 느껴졌다.


도시 전체에 학자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들은 구름이 되어, 여전히 이 도시 위의 하늘을 날며,
그들의 사유와 지성을 이곳에 남겨두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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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빛이 점점 옅어지고,

버스는 조용히 도시의 품 안으로 들어섰다.


학자들의 숨결이 머무는 도시, 옥스퍼드.

그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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