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에 도착한 뒤,
점심을 먹으며 대학 투어를 예약했다.
아이들에게도 이곳의 고유한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스무 살에 처음 유럽을 여행하며 내 시선이 세계로 확장되던 그때처럼,
아이들에게도 그런 ‘확장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저 새로운 장소를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이 속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경험 —
그 깊은 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투어는 약 두 시간 정도 이어졌다.
가이드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옥스퍼드 대학’이란 이름이 하나의 건물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이곳은 수십 개의 칼리지가 모여 만들어낸 도시이자, 학문의 숨결이 흐르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각 칼리지는
하나의 세계처럼 고유한 분위기와 전통을 품고 있었고,
그 안에서 오랜 세월 쌓인 시간의 깊이가 느껴졌다.
그 구조는 철학에서 말하는 ‘부분이 전체를 이루고, 전체가 부분 속에 존재하는’ 사유와 맞닿아 있었다. 각 칼리지는 독립된 존재로서 하나의 완전한 세계처럼 기능하지만, 그 존재의 이유와 의미는 ‘옥스퍼드’라는 전체 안에서만 온전히 드러난다.
그러니 옥스퍼드 대학은 단일한 건물이 아닌,
수많은 칼리지가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유기체였다.
나는 그 철학의 실체 속을 걷는 듯했다.
마치 거대한 지성의 몸 안을 천천히 지나가며,
그 맥박과 호흡을 직접 느끼는 기분이었다.
두어 시간의 투어를 마친 뒤,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꿈을 발견했다.
“여기서 공부해보고 싶다.”
누나의 말에,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도 곧바로 말을 잇는다.
“나도.”
딸아이는 꿈을 구체화시켜본다.
“교환학생으로 여기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꿈이 생기니, 대화는 자연스레 계획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미래 속 한켠에 옥스퍼드가 조용히 자리 잡았다.
아이들 마음속에 세계가 들어왔다.
그들은 이제,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넘어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엄마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낸다.
나는 그저,
조금 앞서 걸어가는 경험자일 뿐이다.
두 시간의 걸음이,
우리 모두에게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