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없는 당신을 위한 8가지 취향 탐색 가이드
사람이란 동물은 개체마다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인간은 모두 마음 영양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역치는 인간 개개인마다 다르다.
배부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밥 1공기에 배가 터질 듯이 부른 사람도 있고, 밥 3공기를 싹 비워도 밥공기에 옹졸히 붙은 밥풀을 떼어먹으며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실제 음식처럼 마음 영양에도 대식가와 소식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약속을 잡아 친구, 지인, 새로운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관계성 대식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친밀한 한 두 명과 가끔 만나서 수다 떠는 정도면 충분한 '관계성 소식가'일 수도 있다.
자연스레 이 2명은 각자의 여가에서 관계성이라는 마음 영양을 채우기 위해 다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 관계성 대식가는 취미와 휴식을 영위할 때 관계성의 충족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취미와 휴식을 가지는 경향성을 띄지만, 관계성 소식가는 취미와 휴식에서 타인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경우, 관계성 충족의 효과보다는 여러 가지 피로가 쌓이는 부작용을 더 크게 느끼게 되어 혼자 하는 취미와 휴식을 영위하는 경향성을 보이게 된다.
이런 점으로 인해 한 인간의 취향이 생성된다. 어떤 행동이 마음 영양을 충족하는 효과가 내게는 너무 부족한 경우는 재미없고 따분하기에 취향이 될 수 없고, 내게 마음 영양을 충족하는 효과보다는 피로를 더욱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따분한 건 아니지만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되기에 취향이 되기 어렵다.
핵심은 가성비다. 나에게 가장 적은 피로를 주면서, 가장 많은 마음의 영양을 공급해 주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영양제지만, 누군가에게는 피로가 될 수도 있다. 남들이 좋다는 취미가 내게는 노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3가지 지표를 통해, 나의 마음이 가장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나만의 마음 영양 섭취 경로를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진행해 볼 취향 탐색은 다음 3가지 지표로 분류한다.
1. 활동의 에너지 (동적 vs 정적)
2. 활동의 관계 (개인 vs 그룹)
3. 활동의 목적 (제작 vs 향유)
각각의 지표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당신에게 맞는 여가 활동은 달라질 것이다.
첫 번째 지표인 활동의 에너지부터 살펴보자.
활동의 에너지란, 당신의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 때 즐거운지 살펴보는 것이다. 당신은 에너지가 충분히 바깥으로 향했을 때 즐거운가, 내면으로 묵혀두며 곱씹을 때 즐거운가?
당신의 에너지를 신체를 통해 바깥으로 마음껏 발산하는 활동이 즐겁다면 당신은 동적(Dynamic) 활동이 맞는 사람이다. 보통 활동성이 커서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활동들이다. 달리 표현하면 대근육을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하고, 야외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활동을 말한다. 키워드로 구분해 보면 대근육(팔, 다리, 몸통 등 신체의 큰 힘을 쓰는 근육), 신체 활동, 심박, 땀, 발산, 야외, 탐방, 운동, 스포츠, 움직임과 같은 단어들이 동적 활동과 잘 어울린다.
반면 당신의 에너지를 신체 움직임보다는 내면으로 차분히 집중시키는 활동이 좀 더 낫게 느껴진다면 정적(Static) 활동이 맞는 사람이다. 활동성이 비교적 적어 집이나 실내에서 가만히 앉아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뜻한다. 소근육을 움직이면서 손끝으로 사부작, 꼼지락 거리면서 머리를 쓰거나 가만히 앉아서 몰입하는 것이 정적 활동이라 생각하면 쉽다. 정적 활동의 키워드는 소근육(손가락, 손목 등 작고 섬세한 근육), 실내, 책상, 집중, 차분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두 활동 중, 일반적으로 큰 유능감과 기쁨을 주는 활동은 아무래도 동적(Dynamic) 활동이다. 인간의 의식은 인간의 신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행복감과 충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적 활동은 그만큼 높은 신체적 피로를 부른다. 직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한 뒤 아무 기운이 없는 사람이 동적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더불어 신체가 노쇠한 어르신들, 혹은 기타 신체 제약상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동적 활동을 영위하기는 어렵다.
동적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비교적 피로를 덜 안겨주는 정적 활동(Static)을 통해 마음 영양을 채우면 된다. 동적 활동은 정적 활동에 비해 몰입 상태로 들어가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 있으나, 고도의 집중과 몰입이 일어난다면 정적 활동이 적은 피로를 부르면서도 동적 활동보다 더 큰 마음 영양을 충분히 줄 수 있다.
두 번째 지표는 활동의 관계다.
활동의 관계는 어떤 활동을 할 때 타인과의 협업이나 상호작용을 하는 '그룹(Group)' 활동인지, 아니면 혼자 즐기는 '개인(Private)' 활동인지에 따라 여가 활동을 구분하는 지표이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느냐, 여럿이 있느냐를 구분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작용'이다. 당신이 이 활동을 할 때, '타인의 존재'가 당신에게 에너지를 주는가, 아니면 에너지를 뺏어가는가? 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다.
개인(Private) 활동의 본질은 '고립'이 아니라 '완벽한 자유'다. 직장에서 우리는 늘 타인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동료의 기분을 살피며, '직장인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 채 끊임없이 주파수를 맞춘다. 이것은 엄청난 '관계 피로'를 유발한다. 개인 활동은 타인의 리듬이 아닌 오로지 나의 리듬대로 움직이는 시간이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린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 없이, 100% 나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해방감. 그것이 바로 개인 활동이 주는 맛이다.
반면 그룹(Group) 활동의 본질은 '시너지'이다. 직장에서의 관계가 '피로'인 이유는 이해관계와 의전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미에서의 관계는 다르다. 오직 '좋아하는 것' 하나로 묶인 사람들과 함께할 때, 나의 즐거움은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더 커진다. 내가 넣은 골을 함께 환호해 주는 동료, 같은 책을 읽고 밤새 토론하는 전우애, 합주가 딱 맞아떨어졌을 때의 전율. 이런 것들은 혼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나의 에너지가 타인과 연결되어 더 거대해지는 경험, 그것이 그룹 활동의 묘미다.
이 두 활동 중 그룹 활동이 개인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큰 마음 영양(관계성)을 안겨주게 된다. 타인과 따뜻한 상호작용을 나누며 충족되는 충만감은 인간이 누려야 할, 마땅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룹 활동은 이 충만감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무리 개인 활동을 통해 혼자 몰입하고 집중한다고 한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 몰입감과 유능감은 반쪽에 그칠 위험이 크다. 그룹 활동은 많든 적든 인간이 여가 생활동안 영위해야 할 필수적인 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가 그러하듯, 그룹 활동 역시 완벽하지 않다. 그룹 활동은 개인 활동에 비해 큰 피로도를 안긴다.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룹 내에서의 평판을 위해 자신의 자아와 괴리된 페르소나를 착용하여 자신의 평판을 지켜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하고 싫은 말을 해야 하며 하고 싶지 않을 때 무언가를 하고, 하고 싶을 때 하지 말아야 한다. 즉, 그룹 활동은 관계성을 보장하나 또 다른 마음 영양인 자율성을 상당히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이다.
더불어 모든 인간 집단은 비교, 시기, 질투, 험담, 가십 등 집단 활동이 가진 부작용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속한 그룹이 이런 부작용으로부터 너무나도 취약하다면 그룹 활동은 관계성은커녕 스트레스 요인이 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그룹 활동은 필수불가결한 활동이다. 그러나 그룹 활동은 당신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피로도를 잘 살펴보고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 여가 생활에서는 굳이 관계성을 섭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직장 동료나 가족, 친구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이 된다면 개인 활동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그 어디에서도 이야기가 잘 통하고 나의 관심사를 공유할 상대가 없는 헛헛함을 느끼거나, 인간관계에 엄청나게 피로도가 높은 상태가 아니라면 여가에 그룹 활동을 추가하여 당신의 마음 영양인 관계성을 섭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마지막 지표는 활동의 목적이다.
활동의 목적이란, 활동의 목적이 무언가 결과를 내기 위한 '제작(Make)'을 목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활동을 하는 과정을 소비하고 즐기는 '향유(Taste)'를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여가 활동을 구분하는 지표이다.
그 활동의 목적이 결과 지향적이라면 제작(Make) 활동에 속한다. 간단히 표현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해내면서 '완성'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는 활동들이다. 이 '완성'에는 단순히 특정한 재화를 생산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재화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각종 공예, 그림, 도예뿐만 아니라 목표를 생산하는 다양한 승리, 기록 경신, 목적지 도달, 연주 완성, 무대 공연 등 다양한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제작(Make) 활동이다.
활동의 목적이 과정 지향적이라면 향유(Taste) 활동에 속한다. 향유 활동은 인간이 만든 콘텐츠, 혹은 자연이 내린 깊이 있는 콘텐츠를 음미하며 내면을 채우는 활동이다. 특별히 뭔가를 해내거나 완성하거나 만들어내는 데 주안점이 있지 않지만 콘텐츠를 음미하며 감각을 만족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깊이 있게 갈고닦는 활동이 향유(Taste) 활동이다. 활동의 즐기는 과정에서 행하고 느낄 수 있는 감상, 음미, 만끽, 취향, 평가 등의 키워드로 설명이 가능하다.
역시나 이 둘 중 더 큰 마음 영양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제작(Make) 활동이다. 인간 특유의 창조 욕구, 목표 달성 욕구를 원초적으로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해내고 만들어내는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짜릿함과 기쁨을 준다. 그러나 제작 활동은 역시나 피로도가 높은 활동이다. 제작 활동을 하며 항상 목표 달성에 '성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작 활동인 '축구'는 생각해 볼까? 축구는 '승리'라는 '목표'를 이루려 하는 대표적인 제작 활동이다. 스포츠 경기가 으레 그러하듯, 축구 또한 어떤 날은 이기겠지만 패배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이기는 날에는 큰 유능감과 함께 짜릿한 감정을 느끼겠지만 패배하는 날은 꽤나 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심지어 성공이든 실패든 연속으로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대회에서 연승을 거둔다면 큰 유능감과 자부심으로 마음이 충만해질 테지만, 대회에서 팀의 연패가 거듭된다면 이겼을 때의 감정은 이미 잊혀버릴 것이고 축구를 그냥 그만둬 버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제작 활동은 '성공'과 '실패'에 따라 양날의 검과 같은 면이 있는 활동이다.
반면 향유(Taste)는 제작활동보다는 마음 영양 제공 측면에서 불리하다. 취향을 깊이 있게 갈고닦는 활동은 분명 즐거운 과정이지만 제작 활동에 비해 상당히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유 활동은 실패가 거의 없고 실패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유능감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타인의 책임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제작 활동에 비해 스트레스가 덜하다.
향유 활동인 '맛집 탐방'을 예시로 살펴볼까. 맛집 탐방을 하다 보면 내 취향에 알맞은 식당을 방문하여 정말 맛있게 음식을 즐길 때도 있겠지만 가끔은 취향에 맞지 않은 식당을 만날 때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실패이다. 그러나 향유 활동에서는 '내가 맛집을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해서 이곳의 진가를 못 알아보았구나.'라며 내 역량 부족을 탓하기보다는 '이 집은 나랑 안 맞나 보네', 내지는 '오늘 사장님 컨디션 안 좋으신가.', '네티즌들이 호들갑 떨길래 와봤더니 광고인가 보네.' 등 타인이나 환경 등 책임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한데 이는 향유의 성공에서도 작용하는 현상이다. 내가 맛집에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하더라도 그 기쁨이 '역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줄 아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와 같은 유능감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향유 활동에서는 실패든 성공이든 피로나 기쁨이 나에게만 집중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제작 활동은 실패의 확률 뚫고 성공해 내는 큰 유능감을 주지만 동시에 실패를 겪었을 때 큰 피로도를 안길 확률이 높은 활동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향유 활동은 성공이나 실패를 확실히 전제하지 않기에 피로도 관리 측면에서 제작 활동보다 유리하지만 제작 활동이 안겨주는 크나큰 짜릿함과 유능감을 경험하기 불리하기도 하다. 따라서 본인의 피로 민감도를 살펴보고 알맞은 활동의 목적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3가지 지표를 살펴보았다.
1. 활동의 에너지 (동적 vs 정적 - Dynamic vs Static)
2. 활동의 관계 (개인 vs 그룹 - Group vs Private)
3. 활동의 목적 (제작 vs 향유 - Make vs Taste)
이 세 가지 지표의 조합에 따라 여가 생활은 총 8가지 유형의 활동들로 나뉘며 이해가 쉽게 각 유형마다 별명을 붙여보면 다음과 같다.
1. 동적으로 같이 제작하는 활동 (D-G-M) - 함께 땀 흘리며 성취 : 특공대원형 활동
2. 동적으로 같이 향유하는 활동 (D-G-T) - 함께 다니며 즐거움 공유 : 원정대원형 활동
3. 동적으로 혼자 제작하는 활동 (D-P-M) - 혼자 땀 흘리며 성취 : 수련가형 활동
4. 동적으로 혼자 향유하는 활동 (D-P-T) - 혼자 활발하게 경험 : 방랑자형 활동
5. 정적으로 함께 제작하는 활동 (S-G-M) - 함께 지혜를 모아 창조: 길드원형 활동
6. 정적으로 함께 향유하는 활동 (S-G-T) - 함께 취향을 나누는 경험: 살롱회원형 활동
7. 정적으로 혼자 제작하는 활동 (S-P-M) - 혼자 조용히 창조: 장인형 활동
8. 정적으로 혼자 향유하는 활동 (S-P-T) - 혼자 깊이 있게 음미: 사색가형 활동
이제 당신의 여가 시간을 꾸밀 차례다. 앞서 소개한 8가지 유형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가 활동이라는 재료를 당신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기 위한 레시피와 같다. 누군가에게는 땀 흘리며 함께 뒹구는 '특공대원'의 삶이 최고의 조각이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홀로 조용히 사색하는 '사색가'의 소박한 시간이 가장 소화가 잘되는 조각일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8가지 유형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를 통해, 당신의 마음 영양에 맞는 구체적인 여가 활동의 레시피를 제안하려 한다. 내 마음이 가장 충만함을 느낄만한 '첫 번째 조각'을 찾아나가 보자. 부디 다음 시간까지 당신의 마음이 어떤 피로를 느끼며, 어떤 갈망을 느끼고 있는지 잘 관찰해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