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를 만나다
오늘은 2023년 12월 시작했던 연재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그동안 없는 글 솜씨로 하고 싶은 말을 맘껏 뱉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업로드한 글을 보면 어찌나 부끄러운지 얼굴이 화끈거려 적은 글을 다시 읽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의 슬픔을 글로 기록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 일은 분명 정리되어야 하는 슬픔이었다. 시작은 나를 위해 적은 글이지만 적으면서 작은 욕심이 났다. 혹시나 이 글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더 아프게 하지 않기를, 부디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라본다.
비록 절대 잊을 순 없겠지만 약속할 수 있다.
결국 아픈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다.
제목처럼 나는 아직도 애도 중이다.
아마도 평생을 가슴속으로 조용히 아이를 애도할 것이다.
이것은 내 삶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연재를 끝내며 나에게 물었다.
임신과 출산이 내 삶의 전부인가?
아기를 낳는 것이 내 삶의 최종 목표인가?
중기유산을 하고 아기를 다시 만나는 것이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 아픔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그렇게 살았더니 내가 망가지고 내 삶이 망가지더라. 망가지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내 삶의 주체는 나여야 한다. 몸과 정신이 건강한 나로 꿈을 꾸고 희망을 그리고 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삶 안에 임신과 출산과 아기가 있는 것이다. 내가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했다.
세 번째 유산을 하고 1년 동안 나 자신을 생각하며 나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을 임신에 맞추었던 인생 계획표의 초점을 나로 수정했다. 그리고 그 바로 밑에 임신을 두었다.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맘껏 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나의 시간을 살찌웠다. 그러는 동안 PD가 아닌 새로운 꿈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임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 절대 임신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껍데기만 남았던 내 삶에 다시 새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애도의 마지막 단계에 왔구나! 이렇게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아가를 위해 애도 중이지만 슬프지 않다.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를 애도한다.
나는 여전히 아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나는 믿는다.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삶은 계속되고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린다.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린다.
지금까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코지그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