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제목 그대로 나는 어느 병원을 가야 할까?
어떤 병원에 가야 40주를 꽉 채워 만출 할 수 있을까?
병원 선택을 위해선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첫 번째는 맥수술에 대한 고민이었다.
난임병원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산과로 가서 맥수술을 하라며 9주에 서둘러 졸업을 시켜주셨다. 맥수술이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를 실로 묶어 임신을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수술이다. 나는 자궁경부가 짧아 조산의 위험성이 있어 맥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맥수술은 나에게 정말 큰 공포였다. 맥수술의 부작용 중에 하나가 양막 파열인데 맥수술 후 양막이 파열되어 20주에 아기를 보내줘야 했다. 양막이 파열되는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 맥수술로 인한 세균 감염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맥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다시 또 양수가 터질까 봐 두려웠다.
산부인과 명의를 다 만나보겠노라며 일명 빅 3 대학병원을 예약해 진료를 봤다. 티브이에 나오신 교수님을 마주하니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신기했다. 어떤 의사는 맥수술을 권했고 어떤 의사는 맥수술을 절대 권하지 않았다. 내가 결정을 못하고 고민을 하니 진료를 보시던 교수님께서 산부인과 학회에서도 맥수술 찬성, 반대가 갈리며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셨다. 결국 선택은 환자의 몫인 것이다. 나는 맥수술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가진 교수님을 찾아 진료를 보기로 했다.
두 번째 고민은 신생아중환자실, 일명 니큐의 유무였다.
중기 유산이라는 이력은 가슴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궁에도 그 기억을 남겼다. 자궁이 20주 출산을 기억하고 조금 이른 조산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조산할 경우를 대비해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규모가 큰 병원을 선택해야 했고 중기 유산 이력 때문에라도 대학병원을 가야 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잠재워줄 교수님을 원했다.
부디 저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가져가주세요!
당신에게 기대어 40주를 버티고 싶습니다.
나는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유산에 대한 긴장감으로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12주가 되던 때 어렵게 예약한 대학병원에서 유명한 교수님을 마주했다.
그녀는 여자였다.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보였고 키가 크지 않았으며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지인을 통해 익히 들었는데 그녀를 마주하자마자 특유의 카리스마로 불안감을 싹 잊게 해 준다며 꼭 만나보라 고했었다. 소문처럼 그녀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했고 겸손했으며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씩씩하고 유쾌한 걸음걸이와 확신에 찬 빛나는 눈빛, 산모와 태아에 대한 애정과 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빛이 났다.
네 번째 임신은 끝까지 가셔야죠!
자궁경부를 봤을 때 맥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이력이 있으니 이른 주수에 맥수술을 하지 맙시다. 이번에는 주수가 조금 지난 뒤에 맥수술을 합시다.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너무 긴장해서 있지 마세요.
릴랙스 해야 합니다. 그래야 혈액순환에 좋아요.
무리한 운동이나 행동은 삼가야 하지만 일상생활해도 괜찮습니다. 너무 누워 있는 것은 좋지 않아요.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릴랙스 하며 지내세요.
2주 뒤에 봅시다.
그녀는 나에게 마법을 부린 게 분명하다. 그 짧은 만남으로 내 안에 있던 두려움과 긴장감을 날려주었다. 그것은 뛰어난 의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환자를 안심시키는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 나는 매력적인 왕자님을 만나고 나온 사람처럼 그녀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시키는 대로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한번 내 쉴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임신 기간 동안 나에게 허용된 외출은 병원 진료뿐이었는데 그녀 덕분에 그 시간이 너무나 기다려졌다. 긴장감과 두려움에 대한 면역이 떨어질 때쯤 그녀를 만나면 약을 먹은 듯 내 마음이 편안했다. 더 자주 진료를 보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 되어주셨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과 공포를 나누고
그녀에게 기대어 뱃속 아기를 키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