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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그린 Feb 28. 2024

우란분절 백중에 등을 올리며

아이를 위해 백 등을 올린 날

2022년 7월 백중에 등을 올리며


지인 화가 언니와 오랜만에 새벽까지 카톡을 했다. 우리의 새벽 대화는 웃음과 눈물 그리고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가득했다. 대화가 끝날 때쯤 언니가 나에게 링크 하나를 보내줬다. 지금 봉은사를 가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하얀 백 등을 볼 수 있단다. 거기에 갔더니 써니라는 이름으로 극락왕생을 바라는 꽃화분이 1개, 또 그 옆에 2개, 걷다가 보니 3개, 4개가 보였단다. 화분에 적힌 글을 읽어보니 써니는 아가였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엄마가 그 화분을 놓고 간 거였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봉은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 상담을 끝내고 동대문에서 버스를 타고 봉은사로 향했다. 봉은사 가는 버스 안에서 슬픔이 울렁울렁 조금씩 올라왔다. 한동안 이렇게 눈물이 올라오지 않았었는데 아... 봉은사 구석에 앉아서 진짜 크게 오랫동안 울어야지. 그곳에 갈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버스는 나를 봉은사 입구에 내려줬다. 와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큰 절이 있구나! 입구를 들어서니 연꽃 화분이 줄 지어 있었고 더 들어가니 하얀색 백 등이 보였다. 하얀색 백 등을 보니 이제 울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 마스크 안으로 소리 내서 조용히 울었다. 


그리고 입구에 놓인 꽃화분들 사이에서 써니의 꽃화분을 찾았다. 시간이 지나면 꽃화분을 치우는지 써니 꽃 화분은 없고 다른 꽃 화분으로 가득했다. 나도 까꿍이 꽃화분을 올리고 싶어 적혀있는 꽃집에 전화를 하니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해서 꽃화분을 뒤로하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그래 까꿍이를 위해 기도 하자.



대웅전을 향하는 길목에서 고개를 드니 새 하얀 백 등 수백이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늘로 갔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구나. 그리움이 모여 만든 풍경. 너무 슬픈데 또 한편으로 정말 아름다웠다. 어떤 블로그에서 봤는데 불교에서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는 색이 아니라 죽음을 극복하는 색이란다. 엄마가 꼭 흰 등을 달아 줄게.



울면서 대웅전을 들어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스님이 큰소리로 불경을 외우고 계셔서 그 소리에 내 울음소리가 묻혀 맘껏 울 수 있었다. 우리 까꿍이 극락왕생하라고 절을 했다. 100번이고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절을 하며 계속 울었다. 울음에 취해 비틀 거리며 백 등을 접수하는 곳으로 갔다. 소개글에 보니 백 등을 달면 기도도 해준다고 했다. 


아... 저의 이 슬픔을 상술로 이용하세요. 

그렇게라도 제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백 등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2만 원으로 까꿍이 백 등을 달았다. 접수하시는 분께서 까꿍이가 언제 하늘로 떠났는지 그리고 남편의 본적 등을 물어보셨다. 나는 극락왕생이 뭐냐고 물었다. 까꿍이가 좋은 곳에 가서 있다가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는 거란다. 연이 잘 닿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단다. 나는 까꿍이 입고 가는 영가 옷도 만원 주고 샀다. 나중에 기도 다 올리고 불태워 준다고 했다. 그리고 복주머니에 득남득녀 소원을 빌고 가라고 하셨다. 그냥 좋은 건 다 하라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아주머니께서 울지 말라고 휴지도 주고 부처님에게 올린 떡도 손에 쥐어주셨다.


등에 달 꼬리표와 영가 옷을 품에 들고 갈 길을 몰랐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온몸에 힘이 빠져 이대로 사라져 버리고만 싶었다. 겨우 정신을 차려 몇 번을 물어 까꿍이 등을 처마에 달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펑펑 울고 영가 옷을 모아두는 곳에 옷을 두고 다시 복조리 다는 곳을 겨우 찾아 절대 풀리지 않도록 꽁꽁 묶었다. 


보이는 법당마다 들어가서 절을 하고 돌탑과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했다. 내가 까꿍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기도 밖에 없다. 너의 극락왕생을 빌어... 너만 행복하다면 나에게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너는 극락왕생만 하라고 그러다 혹시나 연이 닿으면 우리 다시 만나자고 빌고 빌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까꿍이 등을 다시 찾아봤다. ‘우리 까꿍이 어디에 있니?…’ 겨우 등을 찾아 한참을 바라봤다. 고개 올려 바라보는데 비가 내렸다. 비에 젖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른 백 등도 다 비에 젖고 있으니 괜찮겠지.


집으로 돌아와 가족 카톡방에 까꿍이 등을 올렸다고 말했다. ‘엄마 나 호구처럼 하라는 건 다하고 왔어. 근데 그냥 잘한 것 같아’ 엄마도 너무 잘했단다. 남편이랑 받아 온 떡을 먹으며 ‘이 떡 부처님에게 올렸던 거래. 이거 먹으면 좋은 일 생길 거야.’ 남편도 잘했단다.


잠자리에 들면서

한 달에 몇 번은 이렇게 울음을 토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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