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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 Dec 15. 2023

이만 퇴사하겠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

시원하지는 않고 섭섭하기만 하네요. 내년 복학 하기 전까지는 하려고 했던 카페 아르바이트가 이번주로 끝이 났다. 원래 있던 카페를 처분하고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이번 연도 2학기 휴학이 결정되면서 8월부터 혜화에 있는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는 작지만은 않은 규모의 카페였다. 약 5개월간 일하면서 여러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공허하게 2학기를 보내려던 것을 카페 일을 함으로써 커피 향 가득한 한 학기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원두를 채워 넣고, 빙수 연유를 준비하고, 테이블 정리와 이것저것 준비를 끝내면 오픈을 한다. 주말에 비해 비교적 많이 한가로운 평일에 근무했기에 그만두는 것이 더욱 섭섭하다고 느낀 것 같다.


아침에 카페로 출근을 할 때면 항상 책 한 권을 챙겼다.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읽고, 쉬는 시간에는 카페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커피 한 잔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책을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가 구석 자리였다. 큰 창문에 일 자로 붙어있는 테이블이기에 혼자 앉아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가끔 책을 읽다 눈이 아플 때면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카페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 환하게 인사해 주시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사를 해도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예의가 없는 것을 하나의 특징으로 생각하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다.


한동안은 쉬고 새해를 맞이하면 새로운 일을 구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카페일 말고 다른 일에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비록 무엇을 할지 정확하게 정하지는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그리고 감사하면서 살다 보면 자연스레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나를 발견할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주문이 가득 쌓여있을 때, 하나씩 음료를 만들어 드릴 때면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없을 때는 생각에 잠기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면으로든 기분 좋은 일이 된다.


어딘가에 소속되었다가 끝나게 되거나, 인생의 과정 중에서 어딘가를 지나치게 될 때 남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맞는, 그리고 함께 있다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물론 예정에 없던 이른 퇴사라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크긴 하다. 그래도 돌아보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행복한 연말을 보냈으면 한다. 함께했던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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