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하는 자세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의미인데, 헤어짐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다면 그 뒤는 항상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말이 따르고 있다.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아마 군대에서 읽었을 것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술술 읽혔던 것 같다.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책으로 ‘김영하' 작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찾다가 <작별인사>라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을 읽었다.
당신의 의식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소설 속 달마는 모든 개별적인 의식은 모두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의식은 이 세상 어디서나 존재한다. 언제까지나.
그러나 선이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살아있는 동안 자기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그것이 태어난 이유고, 그 이야기가 고통스러울지는 몰라도 그 이야기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며, 그 고통에 대해서 어떠한 행동을 할지도 모두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문장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리석고, 안타까우며, 후회로 가득한 선택을 하고 또 그러한 과정을 여러 번 겪더라도 그것은 모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그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원히 남아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반드시 그 이야기는 끝이 나고, 끝이 나야만 한다. 그래야 그 이야기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또 남은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이야기를 쓸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모든 이야기가 쓰이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결국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눈에 익은 작가의 책이라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책의 뒤표지까지 넘겼다.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글을 써본다. 이것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