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6, 캐나다)
누군가가 부모님과 함께가지 좋은 여행지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난 다음의 이유를 들어 캐나다라고 답할 것이다.
1. 실망시키지 않는 대자연의 볼거리
2. 무난한 음식(우리 엄마는 향이 있는 음식을 안좋아 해서 아시아 요리 보다는 차라리 고기, 빵 위주의 서양음식을 선호하신다. 물론 최애는 밥!)
3. 여행지에서 걷는 정도
부모님의 취저이면서도 고됨의 정도가 적당한(개인적으로 여행은 고생해야 재밌다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음)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2시간의 비행시간을 버텨 줄 체력만 있다면 말이다.
부모님 입장 뿐아니라 여행을 계획해야하는 자녀의 입장에서 노동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로키산맥을 패키지로 이용하면 4일 코스를 날로 먹을 수 있고. 나이아가라 폭포도 그 안에서 가야할 곳이 어느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디를 갈지 검색하는 양이나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수월했다.
그럴꺼면 패키지를 가라고?
패키지는 누구와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과의 여행은 자유여행을 하고 싶어 하신다.
우리 어머니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대부분의 대화 주제가 "여행"이신 분이다.
친구와 어디 갔다온 얘기, 어디 가기로 한 얘기, 친구 딸이 자기 엄마 모시고 어디 갔다는 얘기, TV에서 나왔는데 어디 가고 싶다는 얘기 등등
아! 요즘엔 누구 사위가 임영웅 콘서트 예매해줬다는 얘기가 추가되긴 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숨막힌다고 하시면서 어쩌다 아무 약속이 없는 날은 70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2시간씩 천변을 걷기도 하신다.
이런 어머니를 두고 '나홀로 50일 남미 여행'을 준비하고 있자니 뒤통수가 따갑고 죄송스런 맘이 들었다.
그리하여 계획된 7박8일 캐나다 효도여행!
페루에서 미국을 경유, 대기까지 27시간의 비행 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달 넘게 못 본 남친이랑 데이트하고 다음 날 바로 캐나다로 출발했다.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나 자신, 참 젊었구나... 부럽다.
어차피 갈 거 기왕이면 빨리 다녀와야 그만큼 취업준비도 앞당겨질테니까.
이왕 퇴직금 탕진하는 김에 화끈하게 쓰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지 뭐.
36살. 새로 시작하기에 아직 충분한 나이지.. 암..
맞나?'
이런 생각이었다.
그렇게 가게 된 캐나다 여행.
벤쿠버에서 3박4일 한인 여행사 패키지로 로키산맥을 구경하고 국내선을 타고 토론토로 이동,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박2일을 보내는 알짜배기 여행 코스를 계획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엄마에게 캐나다는 맞춤형 여행지였다.
로키산맥의 만년설과 옥빛 호수,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곳에서 받은 우비는 지금도 엄마의 여행 대화 주제에 종종 등장한다.
참고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시설물을 이용할때마다 일회용 우비를 나눠 주는데 관광객이 워낙 많다보니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우비가 버려진다. 따로 재활용을 하긴 하겠지만 너무 아깝더라. 엄마는 이 우비가 판초처럼 생겨서 입기 편하고 생각보다 튼튼하다고 서울까지 가지고 왔는데 어디에 둔건지 10년째 못찾고 있다.
지금까지 엄마와 일본, 유럽 3번, 캐나다, 대만을 다녀왔고 올해는 베트남에 가려고 계획 중 이다. 다녀오면 엄마는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는지 정답을 여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