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6, 대만)
지금까지 대만을 세 번 다녀왔다. 2016년, 2019년, 그리고 2025년.
앞선 두 번은 남자친구와, 세 번째는 엄마와 함께였다.
첫 여행이었던 2016년에는 가오슝에서 시작해 중부의 화롄, 북부의 타이페이까지 남에서 북으로 대만을 가로지르며 열흘동안 여행을 했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는 그 긴 일정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야시장을 찾았다. 그것도 매번 다른 곳으로.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곳은, 꼬치 재료를 직접 고르면 바로 구워주는 형식의 노점이었다. 마땅히 앉아서 먹을만한 자리가 없을 땐 포장해 숙소로 돌아가 맥주 한 캔과 함께 먹는 게 우리의 밤 루틴이었다.
그러던 중 가오슝의 한 야시장에서 먹은 굴전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대만에 굴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즉석에서 부쳐서 따뜻할때 먹는게 맛있어 보여 ‘하나만 먹을까?’ 하며 주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첫 입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삭한 가장자리에 쫀득한 반죽, 짭짤한 굴과 아삭한 숙주의 조화가 완벽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 굴전이 자꾸 생각났다. 사먹을 곳도 없고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재료도 간단하고 인터넷에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물론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조리법 자체는 간단했다.
먼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물기를 뺀 굴 5~6개를 넣고 익힌다. 언급했다시피 요알못인 나는 달궈진 팬에 방금 막 씻은 굴을 넣었다가 사방에 기름이 튀고 난리가 났었다.
굴을 어느정도 익혀주고 나서 숙주 한 줌을 넣어 함께 볶는다. 후파이팬 한켠에 달걀·물·전분을 섞은 반죽을 부어 팬케이크 처럼 만든 후 굴과 숙주 익힌것을 반죽위에 올리고 오므라이스처럼 반으로 접으면 ‘대만식 굴전’ 완성.
그런데 이 쉬운걸 난 망쳤다. 반죽이 다 찢어져서 오므라이스 모양도 실패하고 하물며 맛도 그냥 그랬다.
위에 뿌려주는 소스가 중요했던건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알수가 없네.
10일간의 여행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 었던건, 화롄의 협곡도 지우펀의 야경도 아닌 야시장 굴전이었다. 그래서 2019년에 다시 대만을 찾았을 때, 우리는 가오슝에서 야시장에서 그 굴전 집을 찾아 헤맸다. 가게가 많이 없었던거 같아서 보면 알 줄 알았는데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 했나보다. 결국 세 곳에서 굴전을 먹고도 그 맛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니면 그 셋중에 한 곳이 맞았는데 그때의 공기와 온도와 습도와 분위기가 달라서 그 맛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 사진을 뒤져보니 이 가게 인거 같은데... 혹시 이 아주머니 아시는 분~~
10년전이라 아직 계실지 모르겠지만 보신분 계시면 꼭 댓글 써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