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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Nov 13. 2024

우리집 가이드직을 내려놓겠어요(1)

여섯 번째, 대만 타이베이

 대만 타이베이, 정말 파면 팔 수록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나라!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지 나는 이상하게 입맛이 뚝 떨어지는 스타일인데 타이베이엔 갈 때마다 잔뜩 먹고 살쪄서 돌아온다. 요즘은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인기 핫플 관광지이기도 하다. 다녀와본 나로선, 날씨를 잘 고른다는 전제하에(여름에 갔을 때의 사진첩을 보면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범벅인 채 울상인 셀카가 많다.) 어른들을 모시고 다녀도 좋다. 어차피 올패키지여행이 아니어도 일명 예스진지 투어라는 식으로 부분 패키지여행이 아주 잘 되어있기 때문!

 이렇게 쓰다 보니 블로그 기질이 발동하여 또 여행팁을 왕창 알려주고 싶지만, 에피소드 중심축을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 이만.




 역시 이곳에서도 여러 가지 셀 수 없을 정도로 함께 킬킬대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발마사지를 받는데 내 옆에 앉은 사촌오빠1이 아주 은둔고수 마사지사를 만나 호되게 꿈틀거리는 걸 지켜봤던 나와, 나에게 서비스로 어깨마사지를 해주다가 어설프게 배웠다던 한국어로 조심스럽게 운동선수냐고 물어봤던 초보 마사지사언니이야기도......


 그렇지만 시간 관계상 몇 가지만 추려서 이야기해야지. 아쉽다!







 때깔 한번 곱던 연어초밥. 타이베이에 가면 100이면 100 모두가 가는 그곳. 연어초밥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외가 사촌들과 여행계를 들고 여행을 다니게 된 나는 타이베이 유경험자로서 가이드 역할을 부여받았고, 자신만만하게 이곳부터 데리고 왔다. 사실 먼저 보람해 놓자면 나는 가이드직을 겸허히 내려놓기로 했다. 




왜냐하면 초보 가이드답게 나는 내 페이스대로 계획을 짰고, 모두가 매일 2만 5천 보이상을 거뜬히 넘게 걷는 기염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다들 여행 막바지에 몸이 쑤셔서 난리였다. 심지어 본인인 나는 발바닥이 행군한 군인처럼 다 뜯어지고 전체적으로 물집이 왕방울만 하게 잡혀서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녔다. 양말을 신으면 자꾸 진물이 새어 나왔다. 나도, 또 그런 나를 보는 내 주위의 모두도 황당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갔던 여러분, 다들 너무 즐거웠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흑흑.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행 첫날 우리는 이상하게 자꾸 길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았다. 출발부터 우당탕탕이었던 건 모두가 사실 예상해 마지않았던 것이라 놀라진 않았다. 

 한 명은 여권을 놓고왔고, 한 명은 핸드폰을 의자에 둔 채로 탑승장으로 들어왔다. 혼돈 그 자체였다. 물론 마지막도 그랬는데 기차를 잘못타서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하단 이슈로 모두가 몸집만한 캐리어를 들고 땀을 뻘뻘흘리며 달리는 광경 또한 진귀한 광경이었다. 하하하. 모든 여행이 그런 것처럼 지금에서야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출발 전으로 돌아와 우리는 공항 구석 바닥에 앉아 급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했고, 그래서 감자튀김을 먹기 편하게 깔아서 다 같이 먹자는 의견이 나와 그렇게 먹고 있었다.

 다행히 이 구석은 정말 어디 길바닥까진 아니고, (물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맨 끝 화장실 앞은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나는 햄버거를 먹다 문득 부모님들께 우리 밥 먹고 비행기 탈거라고 말하려 인증사진을 찍었는데 왠지 우리, 좀, 불쌍한 거다..!

 아무튼 우리가 웃으면서 먹는 사이 비행기 시간은 후루룩 다가왔고 아직 수북이 쌓여있는 감자튀김을 보며 이거 빨리 누가 먹어!라고 외치자 사촌오빠가 후루룩하고 포클레인처럼 감자튀김을 와구와구 먹었다. 우리는 꼭 며칠 굶은 애들처럼 감자튀김을 해치운 뒤 비행기를 탔다.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후다닥 연어초밥을 먹으러 왔다. 하지만 연어초밥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인기가 아주 많아서 이미 그 앞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각국의 관광객들이 우글우글했다.

 나는 배고픔에 절여진 뇌로 판단을 하기 시작했고 포장을 하겠노라 외쳤다. 근처에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포장주문은 기다리는 이들보다 더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하지만 공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원은 아니었기에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턱도 없었고(심지어 공사 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연어초밥이 포장된 비닐을 들고 이 주변을 서성였다.

 결국 우리가 발견한 곳은 어느 빌딩 앞 휴식터였다. 휴식터였는지는 사실 자신할 수 없다. 그냥 깨끗하고 앉기 좋은 대리석들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었으니까..... 우린 그곳에서 아직 3월의 꽃샘추위에 기승인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연어초밥을 먹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연어초밥이라니.

 눈물 젖은 연어초밥은 당연히 몇 배로 맛있었고 배가 고픈 우린 또 우걱우걱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외가 어른들이 모두 보고 있는 단톡방에 우리는 우리의 일정을 찍어서 보내곤 했다. 그중엔 맛있는 음식 사진도 당연히 포함되었는데 이때 어른들이 단톡방에서 말씀하셨다.


 "근데 너희 왜 계속 길바닥에서 그러고 있니...?"


 초보 가이드는 그저 해탈한 상태였을 뿐이고 다들 그래도 이렇게 먹어서인지 더 맛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물론 다 먹고 나서 고무줄과 밥풀 한 톨까지 모조리 깔끔하게 치우고 왔다!)


 그리고 둘째 날이었던가, 저녁에 딘타이펑에 딤섬 먹으러 갔을 때 누군가가 아련하게 말하는 바람에 모두 끅끅대며 밥을 먹었다. 그게 웃음이었는지 울음이었는지는 모를 일일뿐. 모두 체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근데 식탁에서 밥 먹으니까 좋다. 처음으로 앉아보는 것 같아.."



 





 참고로 대만은 선크림을 발라도 이렇게 타니 모두 주의 바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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