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력을 준비합시다
미신이라면 빠지지 않는 내가 12월에 꼭 하는 일 중 하나는 은행달력 챙기기이다. 당연히 벌써 우체국 탁상달력으로 2026년을 준비하고 있다. 움하하. 많이들 아시겠지만 은행 달력은 돈을 갖다 준다는 속설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 얘길 들었으면 챙겨야지 싶은 마음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12월이 되는 즉시 내년 달력을 개시했다.
그러나 달력이 꼴랑 하나면 되겠는가? 아무렴 벽걸이는 있어야지! 그래서 은행달력과 별개로 벽걸이 달력은 매년 랜덤으로 산답니다. 달력이 있어야 그 해를 시작하는 기분이고, 특별한 날이나 기억해야 하는 날은 온 가족이 볼 수 있게 주방에는 붙여둬야 한다. (마음은 거실 복도이지만 인테리어 파탄템이 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편.)
제각각 스타일이 다를 텐데 나는 한 해가 다 적힌 달력은 별로다. 눈이 나빠서이다. 잘 안 보여요. 또 매일매일 뜯는 레트로풍의 달력도 많던데, 은근히 떼내는 것도 귀찮고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패스한다. 그리하여 한 달이 나와있고 떼어서 붙일 수 있는 포스터 형의 달력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러스트 따라 기분 따라 감성템으로 고르곤 했으나, 이제는 직관적이고 직사각형인 가시성 있는 숫자 큰 달력이 좋다. 위아래로 무슨무슨 날이라고 기록하기도 매우 편하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맛에 질리지가 않는다. 달력, 너의 역할에 충실하라.
꼽사리로 다이어리까지 엮어보자. 사실 몇 년간 다이어리는 스벅으로 퉁쳤고 개인적으로 사질 않았다. 그래도 만년은 안 한다. 내가 날짜를 적는 것도 귀찮을뿐더러, 쓰다가 고치면 수정하는 것도 꽤 속상하기 때문이다. 괜히 날짜 쓰다가 망치면 아 올 한 해 개똥 같네? 싶은 요상한 기분이 든 적이 있어서 최대한 날짜 다 나온 걸로 간다. 또한 스프링 형태는 마치 다꾸에 집착하는 하이틴 미드의 사춘기 소녀 같아서 절대 안 산다. 내가 그 알록달록한 걸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년 병오년은 한낮처럼 들끓고 민낯이 드러나는 무시무시한 해라는 소리가 있더라. 그래서 내 2026년 달력은 빨간색을 메인으로 하는 것으로 사고 싶다. 강렬한 레드가 내 맘 속의 열정을 불러일으켜서 내 잠재력을 불타오르게 만들면 좋겠다. 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