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 단단해지는 작은 연습
나는 왜 늘 긴장하며 살아왔을까.
왜 어린 시절부터 두통에 시달렸을까.
그땐 단순히 체질이 약해서 그렇다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몸이 약해서 뿐만 아니라,
늘 긴장 속에 살았던 탓이었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마음은 늘 불안정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은 더 아팠고, 몸이 아프니 다시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끝없는 악순환이었다.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내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에 근육이 있어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듯,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야 스트레스와 역경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마음근력’이었다.
그 설명을 읽는 순간, 내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늘 두통에 시달리고, 사소한 말에도 쉽게 불안해하고, 피곤하다며 누워 있던 나. 그러면서 스스로를 탓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의지가 없을까.’ 문제는 성격이나 의지가 아니라, 내 마음에 근육이 부족했던 거였다.
마음근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훈련이 필요하다. 교수님은 마음근력이 자기 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 동기력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감정을 조절하고 집중하는 힘, 관계 속에서 공감하며 소통하는 힘,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는 힘. 이 세 가지가 튼튼해야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에 덜 흔들릴 수 있다.
그제야 이해됐다. 왜 나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무너지고, 관계 속에서 눈치를 보며 기분이 요동쳤는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의 감정이 휘둘리고, 힘들면 쉽게 포기했던 이유. 몸의 근육이 약하면 혼자 화장실 가기도 힘들듯, 마음근력이 부족하면 일상의 작은 파도에도 금세 흔들린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스트레스는 삶의 어디에나 있다.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내 마음근력에 달려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단단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마음근력이란, 스트레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붙잡는 힘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근력 훈련을 시작했다. 내 안을 고요히 바라보고, 편도체를 안정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연습을. 편안전활!
이틀 동안 진행된 내면소통 콘서트에서 호흡과 명상을 경험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려왔다. 이후 12주 동안 내면소통 명상 기본과정을 들으며 하나씩 실천을 해갔다. 호흡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이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불편했다. 하지만 명상은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꼭 명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됐다.
나는 움직임 명상이 잘 맞았다. 존2 러닝으로 달리며 내 몸을 알아차리는 시간은 마치 디톡스 같았다. 숨과 발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의 불필요한 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온이 찾아왔다.
호흡을 삶의 일부로 가져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자, 수년간 미뤄왔던 요가원을 드디어 용기 내어 등록했다. 그곳에서 뜻밖의 경험을 했다. 수련 중, 몸의 긴장을 풀며 호흡을 이어가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내가 그동안 이렇게 긴장 속에 살았구나.’ 깨달음과 함께 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나를 보듬어주는 듯했다.
행복감이 몰려왔다.
뻣뻣한 몸도, 남의 시선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그 평온함 속에서, 진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매일 밤의 감사일기. 거창한 게 아니라, 그날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는 것이다. 그냥 세 가지를 떠올려도 상관없다.
노트에 단 세 줄을 쓰는 일인데도,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억지 긍정이 아니라 자연스레 감사의 마음이 자리 잡았다.
교수님은 내면소통 명상 콘서트에서 강조하셨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신경가소성은 잠자는 동안 더 굳어진다.”
나는 그 말을 마음 깊이 새겼다. 자기 전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은, 원래 걱정과 근심이 많은 부정적인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를 바꾸어갔다. 신기하게도 ‘나는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의도적으로 긍정의 회로를 돌렸다면 지금은 저절로 긍정적인 회로가 돌아간다.
아직 서툴고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호흡 명상, 존2 러닝을 통한 달리기 명상, 요가, 감사일기 같은 작은 실천들이 쌓이며 내 마음을 붙잡아주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엄마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마음근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연습 속에서 만들어진다.
마음근력의 핵심은 모든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모든 병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회복탄력성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나
집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서 온다.
<내면소통>, 김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