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회복은 작은 루틴에서 시작된다

엄마의 미타임이 만드는 선순환

by 스마일 엘린

운동으로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나는 내면을 돌볼 여유를 얻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내게 처음으로 던졌다.


하지만 막상 답하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 내가 하는 일이 남들처럼 멋지고 대단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건 아닐까? 세상 앞에 내놓을 만한 결과가 없다면 그저 시간 낭비일 뿐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읽은 문장이 내 마음을 붙들어 주었다.


"당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자 100킬로미터 달리기를 할 필요도, 박사학위를 딸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리셋하고 재발견하고자 몸부림칠 필요도 없다. 누군가 강력한 효과를 본 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루틴을 만들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꾸준한 노력이,

결국엔 큰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알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루틴이라면 충분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영어 낭독이었다.

2021년, 4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공허했고 무기력했다.


그때 우연히 참여하게 된 낭독 챌린지는 내 삶을 조금씩 바꾸었다. 매일 몇 줄씩 소리 내어 읽는 단순한 습관이었지만, 그 작은 성취가 하루를 달라지게 했다. 잘 안돼서 현타가 와도, 한 번 낭독을 하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고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찾아왔다. 낭독이 명상의 효과를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낭독은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독서였다.


김영하 작가님의 북클럽에 참여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그전까지는 육아서적 말고는 손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 북클럽에서 마주한 낯선 책들은 나를 전혀 다른 사고의 세계로 데려갔다.


직접 고르지 않았던 책들 속에서 새로운 관점과 사고를 만나게 되었고,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도 받았다. 책 속의 문장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작은 손길 같았다.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독서는 곧 글쓰기로 이어졌다. 유영만 교수님의 “생각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이 바뀐다”는 말이 내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날 이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비밀글로만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머릿속에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렸고, 감정을 꺼내 언어로 정리하는

그 자체가 치유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작가님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다. 블로그의 "블"자도 모르던 내가 1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그곳에서 만난 동료들의 글과 응원 덕분이었다.


혼자였다면 금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쓰는 이들이 있다는 건 큰 힘이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자극을 받았고, 또 나의 글에 작은 반응이 돌아올 때마다 계속 이어갈 이유가 생겼다.


전자책을 쓸 때는 더더욱 그랬다. 묻혀 있던 기억들을 글로 꺼내는 과정에서 마음 깊은 곳의 응어리가 풀려나갔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해방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글쓰기는 내 안에 묻혀 있던 생각과 감정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었다. 켜켜이 쌓아둔 어린 시절의 감정을 마주하면서, 그때의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었다.


“너 힘들었지?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셀프 치유가 되는 순간이었다.

예전엔 미워만 하던 부모님을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을 다 쓰고 난 뒤, 신기하게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렇듯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필사도 내 루틴 중 하나였다. 아침마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펼치고, 마음에 닿는 문장을 옮겨 적었다. 단순히 글자를 따라 쓰는 일이었지만, 그 몇 분이 하루의 마음을 정돈해 주었다. 좋은 문장이 내 안으로 스며들며 마치 나를 다독여 주는 듯했다.


이 모든 루틴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마음 챙김 훈련이었다. 낭독과 독서, 글쓰기와 필사, 그것들은 모두 내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려왔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덜 흔들리고, 불안이 줄고, 일상의 작은 행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흔들릴 때도 많았다. SNS에 루틴을 인증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성취가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비교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행복은 남의 인정에서 오는 게 아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의 비교에서 얻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시간이 ‘미타임(Me-Time)’이었다는 사실이다. 가족을 우선하며 늘 나를 뒤로 미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 애쓴다. 그 시간이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더 단단히 지켜주는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마음근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매일의 마음챙김 루틴 속에서 길러진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된다.


그렇게 작은 습관들이 쌓이며 내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엔 단순히 나를 지탱하기 위한 훈련이었지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토대가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