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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문학도 May 16. 2024

제4화 단돈 만원 짜리 한 장

위대한 나비효과

지금 당신의 손에 만원 한 장이 있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니 일단 마트에 들어가 지금 먹고 싶은 화이트임을 사서 얼려먹을 것 같다.


그런데 아쉽지만 화이트와 임 큰 사이즈가 1개 당 5500원이니 두 개를 못 산다. 지금의 만 원은 식사 한 끼면 끝나는 돈이다.


중학교 때 tv에서는 만 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가 방영되었고 연예인들이 만 원으로 일주일 버티는 챌지였다. 그때의 최저시급은 3천 원 언저리였으니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은 버티라고 하면 나였다면 챌린지를 포기할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아버지는 매해 크리스마스 날 또는 어린이날 때 만원 한 장을 나에게 주셨다. 주신 이유는 책책책 좀 있으라고 하는 의도였다. 그래서 나는 동네 책방에 가서 매년 1권 이상의 책들을 구매했다.


 느낌표의 '책책책을 읽읍시다' 프로그램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웃으며 본 거 같은데 막상 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나는 서점에서 제일 싼 책을 골라 차액을 노리는 게 내 목적이었다. 여러 책들을 샀지만 그중에 기 억 남는 책은 세 권이 있다.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책이었다. 내 내가 샀던 책들 중에 가장 싸서 구매를 했다.남은 차액으로는 집 가는 길에 호떡을 3천 원 치 먹어버렸다.


책의 내용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수능 공부할 때 언어 비문학 지문에 나와서 놀랬다.


두 번째 책은 '노란 손수건'이라는 책이었다. 이것도 책 내용은 읽어보지 않고 차액을 노려서 산 거지만 시골 갈 때 책 읽는다고 가져갔다가 놓고 와서 할아버지한테 전화 왔던 스토리가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 책은 보자마자 느낌이 묘했다.

진짜 매번 생각 없이 서점에 들어갔었는데 이상하게 제목이 눈에 띄었다.'자전거 도둑'? '이거 도둑질 하 는 내용인가?' 생각하며 책을 꺼냈다. 가격보단 책 겉표지 에 주인공이 자전거를 훔쳐 가는 듯한 삽화가 나를 자극시켰다.


처음으로 책 페이지를 제대로 넘겨보고 싶었다. 차액이 1500원인가 그래서 호떡을 2개 먹고 집로 향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작가인 고 박완서 선생님 작품이었다. 수남이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그 당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책이 투니버스 만화 보듯 눈에 이미지가 그려지듯이 책이 읽혔다. 어쩌면 아빠는 이걸 나에게 노린 걸까?


그렇게 책을 죽어도 읽기 싫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박완서 선생님을 만난 이후에는 독서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동물농장'  및 상징성 있는 문학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다.


영화도 보다 보면 몰입이 돼서 좋았지만 그건 한 순 간이였다.반면 책은 내가 그 순간순간들을 음미하는 재 미가 쏠쏠했다. 


아버지의 만원 말고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엄마 카드를 받아서 동네 서점으로 가곤 했다.


우연히 겉표지가 이뻐서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밤새워 앉은자리에서 그 책을 다 읽었다.


책의 유기적인 구성에 나는 감탄을 하고 또 하며 막 소리 지르고 웃으면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혼자 방에서 생지랄을 하면서 다 봤다.


그때 당시 엄마가 "미친놈아 좀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책 내용은 시간 여행을 통한 남녀의 이야기였다. 한참 짝사랑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일깨워주었다.


나 그거보단 중요한 건 시간 여행의 소재로 쓰인  블랙홀, 웜홀, 타임머신 이야기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책을 읽고 타임머신을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대학교 네임도 중요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천 문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주신 단돈 만원 한 장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나에게는  꿈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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