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지금은 24년 07월 06일 토요일. 비 오는 저녁 8시 40분이다. 이 글은 임시저장 되어있던 글을 불러오기 한 것이며, 6월 12일 저장된 글을 그대로 업데이트하려 한다.
늦은 오후 5시쯤 딸아이와 남편 그리고 나, 셋은 잠들었다. 그러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 깼다. '아.. 깨워서 저녁을 먹여야 하나..?'싶다가 다들 딥슬립이라 거실로 나왔다. 아이가 등원하지 않는 토요일. 이른 낮잠시간을 건너뛰고 하루종일 습한 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넘치게 뛰놀던 딸랑구도 숙면 중이고, 토요일도 근무하는 남편은 3시 귀가 후 라면과 당근주스를 마시고 잠들었다.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가 나를 깨운 목소리가 있다. 한동안 '글 쓰는 것'을 멀리했다. 오늘은 브런치 발행일이다. 3주 만에 브런치 앱을 켰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본다면 즐겁고 성실히, 재미있게 지냈다고 답할 수 있다. 2주간 왜 글을 쓰지 않았냐 물어본다면 '책을 읽다 요가를 하다 조금 더 나를 채워 글을 쓰고 싶었다'는그럴듯한 답을 만들지만, 글 쓰는 규칙의하루를 놓치니 게을러졌다고 하는 것이 솔직하다.
이주차 발행을 놓친 자. 오늘도 놓치면 영영 스스로 더욱이 멀어질듯하여 저장된 글을 이어 본다. 이 저장글에는 제목과 사진만이 있다. 본문글은 지금 채우는 중이다. 이 글을 저장한 날은 모자 리폼에 매우 설레고 스스로 대견했던 날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작업물을 누구에게든 자랑하고 싶어서 수십 장 사진을 찍어둔 기억이 난다.
작업물 모티브가 된 <지민작가님 엽서 @jimin__geurim>
여름철 자외선 차단을 위해 모자를 샀다. 블랙을 사고 마음에 들어서 베이지도 샀는데 번뜩이는 라벨이 뭔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위로 라벨을 뜯어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바느질 통과 덧댈만한 천조각을 찾아본다. 무엇을 새길까 생각해 본다. 요즘 나의 관심사 요가를 새겨볼까?아시탕가 전시회에서 만났던 지민작가님 엽서가 떠올랐다.
라벨 작업 사진
구멍을 뚫고 천을 덧대고 스티치작업 후 '머리서기' 자세를 표현한 자수를 새겨본다. 검은색 모자는 약간 어설픈 '머리서기' 자세와 19라는 숫자를 새겼다. 19의 의미는 19번째 요가 수련 후 만든 모자라는 의미다.
라벨 교체 완성본
베이지 모자는 검은색 모자를 만든 후 자신감을 얻어 두 번째로 만든 작업물이다. 베이지 모자의 머리서기 자세는 좀 더 안정되어 보인다. 9, 19를 함께 새겼다. 9는 싱잉볼 명상을 처음 접하고 휘황찬란한 보라색 차크라를 봤던 9번째 요가수행일, 19는 요가 수련 19번째 날에 만든 모자라는 의미다.
어느새 온통 내 삶에 요가가 물들었다.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내 몸은 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나는 요즘 설렌다. 나를 이끌어 가는 길 하루하루가 값지고 가는 길에 마주치는 인연들에 감사하다. 4월에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요가. 수많은 운동의 카테고리 중에서 내 마음을 두드린 것이 요가다. 내 삶은 많이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며 유연해지고 있다.
머리서기 자세는 꾸준히 수련 중이며, 요가 25번째 날 처음 머리서기를 오만가지 비명, 소란스러움과 함께 1차 시도. 요가 28번째 날인 지난 금요일에는 보다 안정적인 머리서기 자세를 2번째 시도했다. 물론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고 "선생님 너무 무서워요!! 놓지 마세요!!!!"를 외쳤다.
그만 말하고 숨 쉬세요. 원경님 호흡하세요. 그리고 몸이 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머리서기 연습 중에 뚫릴 듯, 불타는 듯했던정수리. 막상 머리서기 자세를 완성했을 때에는 육체 어느 곳에도 통증이 없었으며 아프지 않았지만 오로지 마음속 불안함과 두려움이 나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꾸로 서서 거꾸로 본 창밖 흔들리는 초록빛 나뭇잎들은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21번째 요가 수련일 (6/17 어린이대공원)
아직 나의 머리서기는 미완성이며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요즘 나는 설렌다. 건강해지는 내 몸을 바라보는 일이 즐겁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