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지어요
영후할머니 이름은 '전난옥'
1월 2일 목요일 아침 전화가 울린다.
영희 씨, 어디야~?
영후할머니다. 문경댁 난옥 씨.
직접 농사지으신 콩으로 만드신 촌두부와 배추를 들고 오셨다.
주말에는 문경에서 농사짓고, 평일에는 서울에서 손자를 봐주신다. 난옥 씨 아들, 며느리도 영희와 동갑이다.
난옥 씨는 영희 친정엄마 혜자보다 몇 해 젊다.
이모 같기도, 언니 같기도 한 난옥 씨가 참 좋다.
난옥 씨.
산악자전거와 걷기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의 60대 여인이다.
배추 한 포기와 촌두부
이 귀한 걸로 뭘 해 먹을까?
후다닥 바쁜 걸음으로 가시는 뒷모습에
마음속에서 톡 튀어나온 말,
'앞으로도 쭉 보고 싶은 인생선배'
난옥 씨 배추전을 떠올리며, 인생 첫 배추전을 만들었다. 새해 복 많이 지어요
두 손 맞잡고 올해 복 많이 지으라는 말씀에 영희는 깜짝 놀랐다. 내심 누구에게 한 번쯤 전하고 싶은 새해인사였는데, 받아들이는 이에 덧불일 설명이 번거로워 망설이다 올해도 영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우리 올해도 자주 봐요!
못내 아쉬운 내 마음에 다녀 가셨나, 만나는 때마다 참 배울 점 많은 어른이다. 놀이터에서 열정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시는 난옥 씨는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도 인기최고다.
"엄마 영후 할머니 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영후할머니랑 같이 놀면 재미있는데!"
난옥 씨가 김장 후 근사한 집밥 한상을 대접해 주셨다. "엄마도 난옥 씨랑 놀면 즐거워."
친절하고 너그러운, 긍정 에너지 넘치는 중년의 건강미가 탐난다. 영희도 유쾌하고 따스한 복을 전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