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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친구면 좋겠어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by 별경

아이로부터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으로 들렸다.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일주일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는데 그날은 기분이 좋아서 꼬리라도 뿅 나올 것 같았다. 25년 8월 4일 월요일 밤 10시. 두 번째로 아이로부터 칭찬 받은 날이다. 저녁 9시부터 책 6권을 읽으며 장난치고 놀았다. 내 안에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싶은 괴기한 목소리를 우리 딸은 깔깔깔깔 좋아한다. 책 읽기의 마지막은 어쩌다 보니 간지럼 태우기로 끝났고, 아이는

"한복, 한복, 항복. 내가 졌다!!"를 외쳤다.


책 읽기가 끝나면 마사지를 받으며 조잘조잘 마음의 소리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나'


엄마가 친구면 좋겠어


왜 엄마가 친구면 좋겠어?


엄마랑 하루 종일 같이 놀 수 있으니까


엄마는 소람이가 엄마 딸이라서 좋은데, 친구는 어린이집에서만 함께 놀고 헤어지잖아. 집에 가고 나면 잠도 따로 자는데, 소람이랑 엄마는 이렇게 같이 집에서 밥도 먹고 놀고 잠도 잘 수 있잖아.


그래도,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은 엄마랑 헤어지잖아.


엄마가 소람이 친구가 되면 소람이는 누가 데리러 와?


아빠가 데리러 오겠지


그럼 엄마는 누가 데리러 와?


엄마는 할머니가 데리러 오겠지!


좋은 생각이 났다. 그냥 엄마랑 딸도 하고 친구도 하자. 원경아! 불러봐. 내일도 나랑 같이 책 읽고 놀아줘♡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무슨 재미있는 일 있었는지 마치고 꼭 얘기해 줘~!


음.. 아, 맞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 새로운 장난감이 또 생겼어. 자동차를 고치는 장난감인데 정말 재미있더라!


우리의 대화는 아이가 꿈나라에 도착하기 전까지 쭉 이어졌다. 눈이 감기며 목소리가 작아진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고맙다는 말보다 몽글몽글하다. 사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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