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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한 가지 미안한 게 있어요

by 별경

요즘 아이가 해주는 말을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첫째, 아이에게 '감사함'이다. 친정엄마는 결혼은 안 해도 되지만, 애는 키워봐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아를 하며 나도 성장 중이라 생각했는데, 아이의 어를 기록하다 보니 야가 확장되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보였다. 어제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노력 중다. 확실히 전보다 화내는 빈도가 줄어서(충분히 대화 가능한 대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며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는 아이가 하는 말 중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휘리릭 지나가는데, 금방 듣고도 문장 그대로 기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우와, 이런 말을 하다니, 이제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나보다 낫다. 나도 저렇게 생각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어 아이의 말을 되새기면 어딘가 한 부분 흐려진 문장 남아있다. 그래서 그때 마음에 남은 대화의 꼭지는 꼭 메모해 둔다. 수십수백, 수천수만 가지 마음 꿀렁이는 아이와의 대화를 그대로 담을 수는 없어도, 이렇게나마 남기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엄마 오늘 같이해줘서 고마워요."


"어떤 거?"


"트니트니도 같이하고 파스타도 같이 먹고 오늘 나랑 모두 다 같이해줘서 고마워요."


(한두 시간 흐른 후)

"그런데 한 가지 미안한 게 있어요. 내가 어제 고집부린 거요. 미안했어요. 앞으로는 고집부리지 않을게요."


항상 함께했던 평범한 하루였다. 단지 어제보다 화낼 타이밍에 화를 내기보다 엄마의 마음을, 상황을 설명을 해주고 가능한 아이의 뜻대로 허용해 주는 하루를 보냈더니 아이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마음을 표현했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히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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