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귀여워서 화 안 냈을 것 같아
화 좀 그만 내라 엄마야~~
밥 먹다가 똥 마렵다며 화장실에 가서는 쫑알쫑알 말 많은 딸. 응가에 집중하라며 잔소리를 했다. 아이의 한마디에 보름 전 대화가 생각난다.
"엄마, 내가 어릴 때 토하고 떼쓰고 울면 엄마는 화냈어?"
"왜?"
"그냥. 궁금해서."
"어땠을 것 같아?"
"안 냈을 것 같아. 아기 소람이가 너무 귀여워서."
이 말이 짠하게 들리고, 미안했다. 사실 그 당시에도 나는 화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에게 밤새 분수토를 하면 침대커버를 벗기며 씩씩대고, 소아과에서 울다가 토하면 또 화가 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화가 나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아이는 사랑만을 기억하는 듯했다. 기억 못 하는 것이 다행일까. 그런 질문을 받은 것만으로도 미안했다.
그때는 아기고, 지금은 어린이다.
어른이 귀여운 어린이에게 화가 나는 순간은 여전히 있다. 이 또한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면 미안하고 후회될까 싶어서, 오늘도 멈칫하고 스스로를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