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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우 Dec 28. 2023

죽음을 기억하고 오늘을 뜨겁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언젠간 죽는다, 유한함.


대한민국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열풍이 있었다. “야, 인생 한번 살지 두 번 사냐? 그냥 질러!” “지금이 중요해, 그냥 즐겨”. YOLO 열풍이다. You only live once, 당신은 오직 한 번만 산다, 그러니 인생을 즐기라는 것이다. 스몰 럭셔리, 명품, 여행, 호캉스, 오마카세 등이 유행을 타고 대한민국 전역에 번졌다. 새로운 경험과 행복에 눈을 뜬 사람들은 기꺼이 통장을 열었다. 든든했던 경제적인 상황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지 방’이 유행이다. 지출을 공유하고 서로 평가한다. 절약, 제태크, 부업을 공유한다. 이제는 인생을 즐기는 것보다, 어떻게든 살아 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


불교의 승려들은 극락왕생을 추구한다. 극락왕생이란 평화와 해방의 상태로, 모든 고통과 욕망을 초월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두 가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게 된다. 첫째는 태어나는 순간, 죽음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거나, 혹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둘째는 항상 우리는 무언가 갈구한다는 것이다. 음식, 물, 안전, 사랑, 소유, 지위, 돈... 우리가 갈구하는 것은 끝이 없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인내한다. 때때로,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닿지 않기도 하며, 가진 것을 잃기도 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해도,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기 DNA를 물려주려고 한다. 이름이 오랫동안 세상에 기억 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가지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이 고통스럽다. 그래서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과 협상을 한다. 안정적인 삶을 선택한다.     


안정적인 삶이란, 불확실함이 없으며 정서적 육체적으로 균형 잡힌 삶이다. 현대인에게 안정이란 직장, 차, 집, 이 3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제한된다.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삶 최소한의 행복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인생은 불확실의 연속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안정적인 삶을 얻었듯, 언젠간 안정적인 삶도 떠나간다. 죽음을 외면하고, 순간적인 행복과 쾌락을 추구한다. 이 삶이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다. 강렬한 행복과 쾌락 뒤에는 현실이라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죽음이 기다린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모든 것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쿠블러 로스는 죽음을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가지 단계가 있다고 했다. 부정한다,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하고 불안해 한다, 도움을 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피할 수 없는 사실에 좌절한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수용한다.17) 수용하는 사람은 끝이 있음을 알고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사용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의미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끝을 기다 린다. 나와 타인에 대해 솔직해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의 인생은 매 순간이 찬란하다.          

● 죽음은 중요한 것을 일깨워 준다.


관계의 진실을 알려 준다.

우리가 건강하고, 부유하고, 높은 직급에 있을 때 진실을 보지 못한다.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궁금하지 않다. 모든 관계가 중요해 보인다. 진실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아프고, 가난하고, 명예롭지 않을 때,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진실이 나타난다. 중요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음에 분노한다. 나의 헌신과 도움을 후회한다.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누가 나를 찾아와 줄까? 이를 생각해 보면 어떤 관계를 추구해야 할지 알게 된다. 허영과 진실한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상에 우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산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고, 시선을 신경 쓰고 휘둘리는 삶을 산다.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마음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일 죽는다는 선고를 받아도, 타인을 위한 삶을 살겠는가. 타인을 위한 삶을 당장 그만둔다. 무엇이 나한테 중요한지 생각하고 행동한다. 죽음 앞에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더 값지게 쓰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내가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타인을 위해서 대신 죽을 수 있나?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두려운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가.     


고통을 견딜 힘을 준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나 시련은 너무나 크고 감당하기 어렵다. 삶이 감당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좌절하고 다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이 떠올라도 행동하기 두렵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할 때 문제의 크기는 줄어든다. 숨을 쉬고 있다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문제에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스럽다는 것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동하면, 실마리가 보인다.     

죽음이 질문한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삶에서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있었는가?

당신은 어느 시간을 살고 있나?

한참 뒤, 다시 죽음이 질문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가 떠나간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  죽음을 기억하고 오늘을 뜨겁게 살라.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잘 사는 법만 배웠지, 의미 있게 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학벌, 재산, 외모, 가정환경, 경제력이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라고 주입받았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타인보다 더 많이 가지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믿어 왔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전부 경험하고, 구매해야 만족스럽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좋아 보이는 삶이 전부라고 믿었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에서, 죽음 앞에서 나의 삶을 돌아볼 때, 나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70살 생일]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를 찾아서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눕는다.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쉰다.

배에 있는 단전에서 따듯한 에너지가 온몸을 순환한다..

가슴, 허벅지, 발끝, 손끝, 머리가 모두 따듯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시 호흡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호흡할 때마다 점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이년...십 년. 이십 년.. 그렇게 당신의 70살 생일이 되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가? 가족, 친구, 지인 누가 파티에 참석했는가?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가? 당신의 아내나 남편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녀들과 손주들도 함께 있는가?     

생일 파티가 시작되고, 이제 당신의 아내 혹은 남편이 당신에게 축하 인사를 건넬 것이다. 아내, 혹은 남편이 축하 인사에서 당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세심하고 배려심 넘치는 배우자? 성공한 사업가? 자상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부모? 

직업적인 성공?

배우자의 축하 인사가 끝나고, 당신이 말할 차례이다.

당신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당신의 인생? 후회되는 점? 덕담? 무엇이 중요하다고 얘기할 것인가?     

이제 생일파티가 끝나가고 하나, 둘 생일 파티장을 떠난다.

지인, 친구, 아이들, 손주 모두 하나, 둘 생일 파티장을 나간다.

주위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지고, 당신과 배우자 둘만 파티장에 남아있다.

배우자가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의미 있고 멋있게 살아줘서 감사해요.

배우자도 퇴장하고 당신 혼자만 파티장에 남는다.     

당신은 오늘의 파티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파티였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자신이 인생을 잘 살았다고 스스로 말한다.

남은 인생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다짐을 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한다.

다시, 호흡을 의식하게 되고, 내쉴 때 현재로 돌아온다.

가슴 한편에, 따듯한 것이 자리 잡는다.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울적한 감정을 경험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삶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삶을 진실하게 살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쁨, 슬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감정을 느껴도 괜찮다. 모든 감정에는 역할이 있다. 기쁨, 희열은 지금의 삶을 더 감동적으로 살아 내라는 의미이다.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면, 무엇인가 빠진 것이 느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 한다.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로 세울 시간이다.    

 

오늘을 사는 것도 좋지만, 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은 나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돈이 많던, 적든,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삶은 눈에 보이는 가치들이 주지 않는다. 자기 내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충족시키면 얻는다. 진정으로 오늘을 살 수가 있다. 어떻게든 살아 내는 것 보다, 어떻게 살 것인지가 중요하다. 삶이 한 번뿐인 것을 아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쾌락만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뜨겁게 산다.     




 Kübler-Ross, E. (2015). Attitudes toward death and dying. In Disaster Prevention (pp. 63-79).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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