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우 Jan 04. 2024

부족함은 성장의 큰 원동력이자 자산이다.

결핍에 대하여..

 

커가면서 나는 늘 주위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친구들은 항상 밝아 보였고, 걱정거리도 없어 보였다. 입는 옷도 늘 최신 유행에 따라 척척 사 입고 다녔다. 당시 유행했던 장난감 필통, 팽이, 모형 자동차가 없는 나의 삶이 원망스러웠다. 친구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던 내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집에 가서 울며 늘 부모님을 원망하였다. 이렇게 부족하게 태어난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친구가 물어봤다. 어릴 적 가장 추억에 남는 것이 뭐냐고. 그럴 때면 늘 질문을 회피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커서는 행복한 기억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원망했다. 늘 결핍을 느끼고 살았다.     


● 결핍을 느끼는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는 애착을 연구하였다. 애착은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 아이가 보호받고 안정감을 느끼는 양육자와의 정서적 연결이다. 양육자가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서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이가 기대하는 요구에 대한 적절한 반응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한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양육자도 아이의 반응을 보며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며 애착을 강화한다. 애착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타인을 수용하며 교감하거나, 밀어내고 부정적인 정서를 느낀다.     


매리 애인 스워스는 실험에서 아이가 양육자와 같이 혹은 떨어져 있을 때 반응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애착 이

론을 발전시켜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19) 


안정적인 애착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양육자에게 간다. 보호 아래에서 외부 위협을 탐구하고, 학습한다. 탄탄한 신뢰가 있으며 정서가 안정되어 있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며, 양육자와의 관계가 가깝다.   

  

불안-회피 애착 : 외부 위협에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한다. 양육자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강하지만 내면은 약하다.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피하려고 한다.

양육자로부터 거리가 멀다.     


불안-양가형 애착 양육자에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작은 위협에도 두려워하고 양육자에게 정서적으로 매달린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양육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양육자의 행동에 때로 불안을 느낀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집착한다.     


무질서한 애착 양육자에게 집착하거나 혹은 멀리한다. 가까이하고 싶지만 멀리하려고 한다. 두려워한다. 상반된 감정을 낀다. 양육자의 일관되지 않은 반응을 경험한다. 과할 정도로 집착하거나, 극도로 싫어한다.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지 않고 자란 아이는, 인간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친밀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거부하고, 밀어낸다. 혹은 과하게 집착하기도 한다. 자신이 무가치한 느낌이 든다. 내면이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인정과 사랑을 갈구한다.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무언가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외모, 돈, 친구, 재산, 직업, 성공, 애인.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일상이 경쟁이고 집착이다. 이런 삶은 고통스럽다. 안정적이지 않은 애착이 결핍을 부르고, 열등감을 낳는다.     


● 결핍의 원인은 자존감에 있다.

타인과 비교한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혹은 타인의 특정 행동, 가치를 비난하고 비방한다. 결핍감이 든다. 이는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다. 흔히 자의식 과잉이 열등감의 원인이라고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본받을 수 있는 부분을 배우고, 인정하라고들 한다. 그렇게 해서 분명 성공한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 그러나 열등감의 원인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자존감이다. 존중받고 사랑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면의 미성숙한 자아이다. 이를 무시하고 성공에만 집착하는 것은, 썩은 음식물을 카펫으로 덮고 무시하는 것이랑 똑같은 행동이다.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의 자아는 두려움을 느낀다. 안 그래도 부족한 존중과 사랑이 타인에 의해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하고, 비판하고, 웅크리는 것이다. 이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행동 특징이 있다.     


자기비판 “나는 정말 잘하는 게 없네”, “왜 이렇게 못났지?”, “나만 모자란 것 같아”.

낮은 자존감 : “나는 성공하지 못할 거야”, “이 일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 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 하면 어쩌지”, “이렇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겠지”     


외로움 “늘 혼자인 것 같아”, “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소외된 것 같아”, “내가 너무 재미없으면 어쩌지? 친구 만나는 게 너무 두렵다” “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은 전부 잘나가는데..”


외부의 평가 :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 “완벽해야 하는데, 뭔가 빠진 것 같아” “이걸 지적받다니, 나는 정말 쓸모없다.”     


불평불만 “왜 나만 이런 꼴을 당하는 거지?”, “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환경, 남이 잘못한 거야”.     


이 모든 행동에는, 무서워서 두려워하는 내면의 어린 자아가 숨어있다. 위의 특징 중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열등감을 느끼면, 다른 특징에도 영향을 준다. 자신이 타인보다 더 가치가 높은 존재라고 생각할 경우 심각한 우월주의에 빠질 위험도 있다. 모든 것이 자신보다 하찮게 보이는 것이다. 권력, 외모, 경제력, 아파트, 자동차, 소유물에서 우월감을 느낀다. 그러나 항상 자신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사람이 나타난다. 그럴 때 열등감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모든 것을 경쟁하려고 한다.     


매슬로는 인간에게는 기본 욕구가 있다고 하였다. 음식, 물, 안전,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 인간관계, 자아 존중,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했다.20) 그러나, 존 바턴이 말했듯, 종종 자존감의 욕구는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를 뛰어넘는다. 이상 때문에, 자존감 때문에 자신의 생을 마감한 사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열등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핍을 충족시키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족하려고 하지 말고,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 결핍에서 벗어나는 방법

다수와 비교하기 : 비교에는 상향식 비교와 하향식 비교가 있다. 전자는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찾으면서 비교하는 것이고, 후자는 내 주위 사람을 보며 비교하는 것이다. 누가 더 열등감을 느낄까? 많이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현실에 분노하기보다,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자신의 처지가 괜찮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대를 버려라 열등감의 행동 원인은 두려움이다. 자존감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두려운 것이다. 우리는 기브엔 테이크 정신이 있다. 무엇인가를 주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을 주면 인정을 받아야 한다. 공평한 것이 좋다. 그러면서 타인이 나를 똑같이, 혹은 이상으로 주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좌절하고, 분노한다. 기대하지 말고, 베풀 때 얻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기대감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만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현재를 인식하라 지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결핍감을 충족시키려고,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삶을 살고 있는가? 자신이 부족한 것을 되찾으려고 할 때,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 봐야 한다. 자신의 지금은, 과거의 행동이 쌓인 결과물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할 때, 삶은 악순환에 빠진다. 이것만 인식하여도,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진다.     


삶의 영역을 넓게 보기 : 집착에서 벗어나 열등감을 해소하려면 자신의 삶을 넓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빈 A4 용지에 가로 2줄, 세로 2줄을 그어 9칸을 만든다. 중앙에는 ‘ 나’를 그려 넣는다. 단어, 이미지, 그림 상관없다. 그리고 나머지 8칸에는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써본다. 가족, 아이, 친구, 직업, 직장, 연인, 취미 생각나는 대로 써본다. 각 칸의 아래에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써보자. 가족은 몇 명인가? 직장은 있는가? 친구는 몇 명이 있는가? 자신이 결핍을 느끼는 곳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어보라. 그리고 찬찬히 각각 부분을 보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것은,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나 값진 것인가.     


현재를 살아라 지금까지 4번 활동에서 자신이 부족한 것이 아닌,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생각해 보자. 자신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의 요소를 잘 본다. 가족이랑 식사하면 행복한가? 여행을 간다면? 취미활동을 한다면? 어떤 부분이 의미 있는지 잘 살펴본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집중해 본다.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적어본다. 그다음, 자신의 적은 모든 영역에 그 감정을 옮겨본다. 어떤 행동을 통해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찾아서 적는다. 그리고 실행한다.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찾아라.    

 

당연한 것이 아니다 : 무엇을 해도 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독립심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혼자 스스로 자랐다고 생각하는가? 부모님, 친척, 친구, 선생님 등, 우리는 다른 사람의 관심과 돌봄으로 자랐다. 이 정도의 돌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결혼자금, 학자금, 집, 혼수, 사업자금, 용돈. 이것들은 당연하게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이런 지원을 못 받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성인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열등감에 타인과 비교하고, 불평 불만하며 마음속에 지옥도를 품고 살았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내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갇혀 있음을 알고, 내가 환경을 바꿀 힘이 내면에 있음을 인정할 때 변화하고자 하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열등감이 저주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축복되었다. 시련을 감당할 수 있는 마음과 멘탈의 힘을 길러주었다.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환경을 만든다. 결핍은 오직 성장의 원동력일 뿐이다.     


두려움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     



19)  Ainsworth, M. D. S., Blehar, M. C., Waters, E., & Wall, S. N. (2015). Patterns of attachment: A psychological study of the strange situation. Psychology Press.


20)  Maslow, A., & Lewis, K. J. (1987). Maslow's hierarchy of needs. Salenger Incorporated, 14(17), 987-99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