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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우 Jan 18. 2024

내 마음을 보호하는 경호원.

방어기제, 프로이트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돌아오면 방으로 뛰어가 방문을 걸어 닫는다. 거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나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역시 또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두 분의 일이라며 화를 참는다. 참다못해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목덜미가 긴장된다. 그러다 힘이 빠지고 주저앉는다. 무력감이 내 몸을 지배한다.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감당할 힘이 없었다. 예민해지고, 부정적으로 되고, 무기력해지고, 감정이 화산처럼 한 번에 폭발한다. 방어기제를 알지 못해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방어기제를 알아야 멘탈이 잡힌다.


방어기제는 1899년 프로이트가 창시했다. 프로이트는 방어기제를 고통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심리적인 균형을 되찾으려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았다.24) 어기제는 균형을 위협하는 요소들의 무의식적인 대응을 하도록 만든다. 사실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왜곡하여 감당 불가능한 현실의 고통을 처리하여 균형을 되찾으려고 한다. 방어기제는 좋은 방향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신뢰감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비난을 껄껄 웃으며 받아넘기기도 한다. 문제는 부정적인 방어기제이다. 고통을 받거나 불안함을 느끼면 자아의 균형은 깨지고 부정적인 방어기제가 나온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였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과도한 성욕이 나쁘다고 생각하여 억압한다.

- 자신이 먼저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했는데, 타인이 먼저 표출했다고 생각한다.

- 부모님, 애인, 친구 등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집착한다.

- 취직 걱정을 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발끈하고 방문을 세게 닫는다.

- 자신의 실패를 친구, 지인, 환경 탓으로 돌린다.   

  

방어기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소한 자극에도 극도로 예민해지게 된다. 인간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우울증, 무력감, 분노,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쌍욕을 하는 사람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해결하기 위해서 무의식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의식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멘탈관리는 개인의 감정, 정서, 정신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의식적인 방법이다. 타인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쉽게 욱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동료가 먼저 승진해도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을 한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여 삶을 통제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신을 집중해서 처리한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방어기제를 다루는 전문가이다.     


 진짜 화가 났던 것은 나 자신이다.

직장인 L은 친했던 입사 동기와 다퉜다. 평소에는 자신과 쉬는 시간마다 같이 수다를 떨었는데. 언제부턴가 동기가 자신을 피한다고 생각했다. 늘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지만 더 이상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었지만, 동기는 회사 일도 힘든데,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지고 싶지 않다며 대화를 거절했다. 거절에 화가 난 L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 담지도 못하는 폭언을 친구에게 했다. L은 이 사실을 후회하면서,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이야기를 듣던 중에, L이 입사 동기를 자기 직장 상사와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 상사는 업무 외적인 사항을 L에 수시로 부탁하였다. 문서 전달, 커피, 편의점 심부름, 회식 장소 찾기 등 사적인 부탁에, 상사에 대한 화를 품고 있었다. 직장 동기도 자신에게 직장 상사처럼 몇 번인가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동기의 부탁을 좋은 마음으로 전부 들어줬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입사 동기의 말은 달랐다. 자신이 부탁한 것은 정말 필요한 2번뿐이며, 그때 L이 자신에게 툴툴대며 비아냥거렸다고 했다.     


L은 직장 상사에 대한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직장 상사의 부탁을 입사 동기가 하자,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L에 이 사실을 알려주자 놀라면서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 참았다. 그러나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던 동기가 부탁하자 참아왔던 화가 동기에게 폭발했다.     


L 3가지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첫째는 스트레스이다. 사적인 부탁이라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직장 상사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둘째는 자존감의 상처이다. 자신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싫은 상황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셋째는 부정적인 인간관계이다. L은 남편에게 민감하게 굴고, 사소한 부탁에도 화를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프로이트는 심리 활동을 3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25) 무의식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게 억압된 영역이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받은 충격적인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욕망, 생각, 경험이 숨어있다. 전의식은 자신이 느끼고자 집중할 때 느껴지는 영역이다. 제일 좋았던 여행지를 물어보면 평소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쉽게 떠올린다. 의식은 지금 느끼고, 생각하고, 보는 것이다. 현재로 인식하는 영역이다. 행동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 방어기제의 유형을 알아야 한다. 알면 이해가 가고, 해결책도 보인다.     


투사 :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을 상대방에게 옮기는 행동이다. 자신이 화가 났음에도 상대방이 화를 냈다고 한다.     


수동 공격성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의도적으로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다. 업무의 처리를 지연시킨다. 일부로 프로젝트를 실패시키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자책한다.     


분열 배우처럼 감정, 행동 그리고 정체성을 특정 상황에서 분리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감정과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상황에서 사람이 돌변한다. 감정적인 변덕이 심하다.     


행동화 : 이성을 잃고 벌컥 화를 내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행동으로 감정을 직접 표현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떠넘기려고 한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으면 폭력적으로 변한다. 공격적인 말을 타인에게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환상 현실이 너무 감당하기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 환상을 만든다. 인간관계가 고통스러워 가상의 인물에게 빠진다. 자신의 현실은 환상 속에 있다고 믿는다. 현실을 회피한다. 반대로 자신에게 과하게 도취 된다.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의 업적과 성공을 부풀린다.     


합리화 고통을 회피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는 행동이다. 일, 행동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카드값이 감당 안 되지만, 직장을 다니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며 명품을 산다. 담배를 피워도 건강한 사람이 있다며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합리화한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은 열심히 운동해서 괜찮다며 합리화한다. 성공하려면 남들처럼 어떤 방법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억압과 억제 : 억압은 자신의 욕망, 생각 충돌이 표출되지 않도록 누른다. 무의식의 영역으로 날려 보낸다. 잊으려고 하지만 잊혀 지지 않는다. 심리 장애의 원인으로 변질된다. 억제는 의식적으로 감정, 욕망 생각을 억누른다. 협상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화를 억누른다.     


방어기제를 쓰면 잠깐은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진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깊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낸다. 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경험이 있어서 타인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헌신한다. 특정한 일에 멘탈이 깨지는 일을 만들면 안 된다. 내면에 깊게 박힌 가시를 뽑아 멘탈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방어기제를 다루는 방법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는 심리 문제를 두 자아의 충동을 원인으로 보았다. 하나는 현실, 나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다.26) 가족에 의해, 사회에 의해, 혹은 다른 요인들로 인해 현실과 이상의 거리가 멀게 되면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고 하였다. 프로이트도 무의식에 억압된 욕망, 생각, 경험들이 풀려나지 않아서 정신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다. 로저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채우고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해방하면 심리 장애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수용을 연습하기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한다. “나는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나는 지금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말을 했구나.”     


현재를 인식하기 : 자기 수용 연습을 하면 심리적인 균형이 돌아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심리적인 균형이 잡혀야 사고가 가능하다. 마음이 차분해졌다면, 자신이 지금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이유를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는 지금 00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어, 내가 이런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연결고리 찾기 : 행동의 원인을 찾기 시작하면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 사건들이 있다. 이 경험에서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수치심, 죄책감, 분노, 우울, 모든 감정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다 그럴 수도 있었고, 최선이었다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그 다음 자기 행동에 대해 질문해 본다. 감정과 행동, 경험과 행동을 연결해 본다. 그리고 현재 방어기제가 어떻게 연관이 되었는지 연결고리를 찾는다.    

 

대처하기연결고리를 찾으면, 문제가 되는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 본다. “내가 발표할 때 친구가 놀린 것이 나에게 수치심을 줬어. 그 이후로 나는 발표를 피하려고 했고, 지금도 발표만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하지만 그때 수치심을 느꼈을 때 나는 바로 자리에 앉아 버렸었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발표를 끝까지 해낼 용기가 마음에 있었어. 그래, 맞아! 발표를 당당하게 해내고 박수를 받을 수도 있었어. 지금도 생각해 보면 왜 용기를 못 냈을까! 얼마나 기분이 좋고 성취감이 들었을까! 이번에 발표할 기회가 온다면, 두렵지만 도전해 봐야겠어.”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특정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방어기제 대신, 긍정적인 행동 방식을 대입시킨다. 의식적으로 상황과 방식을 연결한다. 대부분의 방어기제는 원인을 알면 스스로가 고치려고 하게 된다. 자기 수용을 통해 현실을 인정하고, 감정을 인정하며, 나의 행동을 긍정하게 된다. 그러나 종종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단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인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는가?           



24) Freud, S. (2014). The neuro-psychoses of defence. Read Books Ltd.

25) Freud, S. (1989). The ego and the id (1923). TACD Journal, 17(1), 5-22.

26) Rogers, C. (2012). Client Centered Therapy (New Ed). Hachett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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