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이야기: 종갓집의 장남인 조선멘탈 아버지 밑에서 빡세게 자란 유교걸은 독립에 성공하여 똘끼충만 사촌동생 도른자와 함께 우연히 대학로 주점에서 외국인 현대무용단을 만나, 공연에 초대받고ㅡ 유교걸은 감사인사를 위해 휴대폰 번호를 남긴다. 와플이는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했다.
와플씨를 만났다. 도른자(사촌동생)와 나를 발견한 와플이의 눈빛은 매우 흔들렸다. 아니 왜 눈빛이 흔들리는겨?
전화번호를 남긴 내 행동에 대한 서로의 해석은 매우 달랐다.
와플씨의 해석: 여자가 본인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이것은 데이트신청?
유교걸의 해석: 감사인사는 예의 있게 직접 전화통화로 해야 한다. 저녁식사 초대라니?도른자도 물론 함께 가야지!
흔들리는 눈빛을 수습하며 서양식 인사인 볼뽀뽀를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사촌 남동생 도른자도 서양식 인사예절에 맞추어 와플이에게 볼뽀뽀를 건넸다.
와플씨의 눈빛은 더더욱 흔들렸는데...
서양식 볼뽀뽀 인사.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사이에 주로 사용
알고 보니 볼뽀뽀는 남자와 남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와플씨가 상상한 데이트와는 매우 거리가 멀었지만은 , 나는 다시 도른자와 와플씨의 전담 통역사가 되어 그들의 대화를 열심히 통역해 주었다. 와플씨가 다 함께 공연 애프터 파티에 가자고 한다. 나와 도른자는 함께 파티에 가서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했다.
와플씨가 잠깐 같이 걷자고 한다. 도른자는 이미 많이 취해있었다. 그래서 산책은 도른자 없이 갔다. 낙산공원을 같이 걸으며 통역이 아닌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집에 언제 돌아가냐고 했고 와플이는 몇 시간 뒤 아침 비행기로 출발한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멋진 커리어우먼( 꿈만 있고 구체적인 계획 없음/ 아버지 말씀으로는 커리어우먼은 얼어죽을, 허파에 바람이 가득찬 꿈이라 하심) 이되어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게 꿈이었고 혹시라도 유럽에 가게 되면 연락할 테니 밥이나 한 끼 먹자고 했다.
본인의 나라 벨기에로 곧 돌아가는 와플씨...
유럽이 마치 종로구인 것마냥, 나중에 직장 잡고 유럽에 가면 가이드해 줄 사람이 생긴 것 같아 신이 났었다. 앗싸! 무려 유럽에 지인 생김!
앞으로 유럽 가면 아는 사람 하나 생겼다 생각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자라며 잘 가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바이바이 와플씨! 낙산공원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헤어지기 전, 우리는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며칠이 지났다. 와플씨가 보낸 메일이 와 있었다. 잘 지내고 있냐고, 본인은 잘 돌아왔다고 간단한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미래의 공짜 가이드에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가끔 이렇게 메일로라도 연락하자고 답장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