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쉬운 줄 알았더니 머나먼 길이었다 13화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
젊은 남녀가 처음 만나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연애초기에는 남자가 여자의 비위를 무조건 맞춰주기 때문에 트러블은 별로 발생하지 않지만(물론, 남자가 여자를 많이 좋아하는 경우) 연애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을 때는 남자의 주관이 발동하면서 둘 사이에 의견차로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화와 나 사이도 서로 읽어본 책에 대해서는 서로의 관점이 달라서 갈등을 겪기도 하였지만 그런 것들이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하지는 않았다.다행이었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존재하듯이 연인들도 그런 사계절을 거치면서 서로의 사이가 돈독해져 가는 것이다. 꽃 피는 봄이 연애초기라면 여름은 서로가 뜨겁게 사랑을 하고 단풍이 곱게 물들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에 결실을 맺는다.
그 결실을 에너지로 삼아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위처럼 단단한 연인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이화와 나는 지금 어느 계절에 있었겠는가? 우리는 아직 연애초이기 때문에 서로 바라만 보아도 도파민이 넘쳐흐르는 봄이었다.
그 봄의 꽃 밭 한가운데서 뜨거운 여름의 문턱으로 발 길을 옮기려는 찰나에 있었다. 연인이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20 초반의 이화와 나는 휘발유와 같아서 아주 약간의 불씨만 댕겨도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기 전 상태였다. 이처럼, 20대 연인들은 차가운 이성보다는 뜨거운 감성의 불꽃에 의해 순식간에 폭발하기도 하는 나이다.
토요일 오후, 회사 퇴근 후에 이화가 나와 함께 어디를 같이 가자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함께 가자고 하는데 지옥인들 못 따라가겠는가.
당연히 나는 그러자 하였고 저녁을 함께 먹은 후, 나는 이화를 따라 버스를 타고 여의도 주변 어느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그 시절의 여의도는 지금처럼 번화하지도 않았고 아파트들도 일반 서민아파트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화는 내게 잠깐 기다리라 하고선 혼자서 아파트로 들어갔다.
나는 이화가 나올 때까지 그녀가 들어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렸는데 잠시 후, 늙수그레한 경비가 내게 오더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왜 여기서 서성이고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낯선 남자가 어두운 밤에 아파트 입구에 서 있으니 경비 입장에서는 경계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였지만 경비는 내 말을 듣고도 의심을 풀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경비와 나는 이화가 나올 때까지 어색한 모습으로 한 동안 함께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한 손에 책 보따리를 든 이화가 우리들 앞에 나오고 나서야 경비는 환하게 웃으며 의심해서 미안했노라 내게 말하고선 자신의 초소로 돌아갔다.
그녀가 들어갔던 아파트는 예전에 다니던 출판사의 사장님 집이었고 그분께서 소장하고 있었던 책들을 이화에게 준 것이었다. 이화가 갖고 나온 책보따리를 내가 들고 아파트를 나와 우리는 가로등이 드문 드문 켜 있는 한강변 인도를 걸었다.
전력 사정이 좋은 지금이야 도심 어디를 가더라도 밝은 가로등들이 밤에도 대낮처럼 비추고 있지만 이화를 만났던 80년대 초 대한민국은 전력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가로등조차도 드문 드문 빛을 내고 있었기에 도로는 어두웠다.
이제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11월이어서 기온은 조금 쌀쌀하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붙어서 걸었기에 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한창 몸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20대 청춘들, 더구나 좋아하는 여자가 함께 있는데 추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화의 손을 살며시 잡고는 내 점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한 동안 걷다 보니 공원이 우리 앞에 나타났는데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공원 안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공원은 불이 꺼진 상태여서 많이 어두웠지만 구름 사이를 거닐고 있는 보름달로 인해 서로의 얼굴은 환하게 볼 수 있었다. 공원 안은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건너편 벤치에도 한 커플이 어슴프레 보였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벤치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그들은 그냥 작고 어두운 그림자들처럼 보였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가 없어도 그냥 이렇게 붙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했다. 연인으로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화는 내 어깨에 기대었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체, 한 동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었다. 20대의 청춘남녀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학벌, 집안배경, 자라온 환경, 부자나 가난한 것 따위들은 그렇게 중요한 것들이 될 수 없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은 큰 행복감에 취할 수 있으니까.
문득, 건너편 벤치에 앉아 있던 검은 그림자들이 입 맞춤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가 싶더니 곧 격렬하게 키스를 하는 자세로 바뀌었다. 어둡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그림자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자세인지는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아마 내 어깨에 기대어 있던 이화도 건너편 벤치에서 커플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보고 있을 것이다. 여자는 분위기에 무척 약한 존재다. 어떤 분위기에 노출되어 있느냐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곤 하는데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가로등조차 꺼져있는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공원 벤치, 맞은편 벤치에서는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커플.
그 모습을 보면서 20대 초반의 청춘남녀는 무슨 느낌이 들겠는가? 나는 자연스럽게 이화의 얼굴을 끌어당겨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에 갖다 댔다.
이화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기의 입술을 내게 허락했다. 입 맞춤은 곧 키스로 전환되었고 우리 두 사람도 맞은편 커플처럼 격렬하게 키스를 하였다. 옛 여자 친구와 만나지 못하게 된 후, 거의 2년 만에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와의 키스는 세상 어느 꿀보다 더 달콤하였다. 신이 창조한 피조물 중에서 여자는 이 세상 그 어느 것 보다도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작품이다. 모든 여자들이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될 수 없을지라도 지금 내 품 안에 있는 이화는 또 다른 나의 비너스였다.
나는 그 비너스의 얼굴을 내 얼굴 아래에 눕히면서 키스하기 좋은 자세로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였다.
이런 자세로 여자와 키스를 하게 되면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젖가슴으로 향하게 되고,
뭉클한 이화의 큰 젖가슴이 손안에 들어왔다.
이화는 흠칫 놀란 듯 몸을 떨었지만 내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여자의 젖가슴. 대전으로 내려간 후, 만나지 못했던 전 여자친구의 젖가슴을 만져본 이래 2년 만이었다.
내 손이 이화의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돌리듯이 애무를 시작하자 이화는 곧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성감대중에서 젖가슴은 아주 민감한 부위라서 애무를 하면 성욕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데 이화는 그런 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자기의 손을 내 손위에 포개었다.
내 손가락이 이화의 블라우스 단추를 몇 개 풀자 브래지어가 나타나면서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20살 여자의 뽀얀 우윳빛 유방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탐스러운 모습으로 달 빛 아래 빛을 발했다.
마치 금은보화로 채워진 보물상자를 열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 빛과 같았다.
여자의 피부는 남자들의 피부보다 매끈하면서도 부드럽지만 그중에서 젖가슴은 유난히 더 부드럽다. 마치 젤리를 만지는 것 같은 말랑말랑한 감촉은 마치 내가 젖 먹이었을 때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는 듯하였다. 이제 나의 손길은 더 이상 거칠 것 없이 이화의 크고 풍만한 젖가슴을 애무했다.
어떻게 애무하는지는 이미 전 여자 친구를 통해서 터득했기에 나는 능숙하게 이화의 젖가슴을 애무하자 여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거워지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크게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고 나의 손이 이화의 젖가슴을 세게 움켜쥐듯 잡아 돌리면 여자는 극도로 흥분하면서 입에서는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뜨거운 입김과 함께 신음소리를 토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화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냥 가벼운 입 맞춤 정도여야 했는데 지금의 내 행위는 이화와 깊은 관계로 돌입하기 전에 하는 행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