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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냐 Jul 03. 2024

외모를 어느 정도까지 가꾸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을 그 고민

당신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인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높은 확률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외모를 어느 정도까지 가꾸어야 하는가?"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에서 만족해야 할까? 거기에 피부와 입술 화장까지? 아니 눈화장도 해야 하나? 섀도우와 마스카라까지 했으면 얼굴 윤곽 쉐딩까지? 화장을 진하게 했으니 옷도 화려하게 입어야 하나? 그럼 가방과 신발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 다 갖추니 손톱이 신경 쓰이는데 네일아트도 받아야 할까? 손톱 주변의 털이 신경 쓰이니 제모도 깔끔하게 해야 되겠지?...


이런 식으로 외모 가꾸기의 항목을 점점 추가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어진다. 그래서 과거 대학생 때부터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나의 입장이 정답은 아니며, 자신의 가치에 따라 각자의 입장을 취하면 된다. 나는 외모 가꾸기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3개의 시기로 나누어 보았다.




# 꾸밈의존기

20대 초반은 꾸밈의존기로 표현할 수 있다. 교복을 벗고 나의 개성을 뽐낼 수 있게 된 순간부터 꾸미기에 매료되었다. 외모 가꾸기의 항목은 일일이 적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1. 잦은 의류 및 잡화 쇼핑으로 다양한 스타일 시도

2. 주기적으로 머리 스타일 바꾸기

3. 피부화장, 눈화장, 쉐딩 등을 포함한 풀메이크업

4. 매일 바디 면도기로 제모하기

5. 인조 손톱 붙이기

...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하게 꾸미고 나간 날이면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런 날은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나의 모습을 많이 남겼다. 반면 맨얼굴일 땐 얼굴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꼭 모자를 썼다. 주변 사람들에게 매일 꾸민 모습을 보여주다 맨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약간 창피하기도 했고, 맨얼굴과 화장한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장난 섞인 피드백을 듣기 싫기도 했다.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전혀 귀찮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나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고 다 완성된 모습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도 좋았다. 외모 가꾸기는 자신감을 채워주는 수단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문제는 외출이 끝난 후였다. 높은 구두를 신어 뒤꿈치는 까져 있었으며, 렌즈를 낀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뻑뻑하고, 화장을 지우기 위해선 2중, 3중 세안을 해야 했다. 이 모든 번거로움과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며 외모 가꾸기에 대한 회의감이 머릿속 한편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꾸밈거부기

회의감이 점점 커져 단계는 줄었지만 관성에 따라 외모 가꾸기를 지속하던 즈음,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외모 가꾸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줄 책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바로 책을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이 책은 외모 강박을 겪는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를 수록하여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 강박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거듭 강조한다. 그중 이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개인 자산 사이트 민트닷컴은 여성이 평생 메이크업에 쓰는 비용이 평균 1만 5,000달러라고 추정했다. 또한 YMC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외모에 쓰이는 금액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줬다. YMCA의 계산에 따르면 우리가 한 달 동안 외모에 쓰는 돈을 100달러로 봤을 때, 이를 매달 저축하면 5년 후에는 주립대학교의 1년 치 등록금이 모인다고 했다. (p.133)


외모 가꾸기가 생계유지 수단도 아니고, 삶의 활력소도 아닌데 외모 유지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했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뿐만 아니라 나의 외모 가꾸기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더 예쁜 사람으로 보이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이었는데, 이러한 맥락의 외모 가꾸기는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질없고 유치하다 결론을 내렸다. 외모를 가꿀 돈과 시간으로 더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며, 외모보다 내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자고 결심했다.


이후 많은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머리 스타일은 턱선 길이의 단발로 고정하였고(관리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스타일이다), 화장의 단계도 대폭 감소하였다. 옷은 실용적인 디자인 위주로 최소화하여 구비하였다. 달라진 내 모습은 더 안정적이고 건강해 보였다.


그런데 여전히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 외모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타인에 대한 판단과 평가의 시선을 얻게 되었다.



#현재

끊임없이 타인을 평가한다는 건 나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이 왜 이렇게 뒤틀려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외모를 가꾸고 싶어 하는 자아와 이를 막는 자아가 충돌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결론을 내렸다. 외모에 신경 쓰는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여 과민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나와 상관이 없는데도!


나의 숨겨진 욕구를 그냥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로 했다. 외모를 가꾸는 것으로 하자. 대신 조건이 있다. '매력적인 이성'으로 보이기 위한 외모 가꾸기는 하지 않아야 한다. '매력적인 이성'과 '매력적인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매력적인 이성은 섹슈얼한 존재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 꾸미면 스스로를 대상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만의 개성이 확고하고 남녀 상관없이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차분하고 지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선망하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외모를 가꾼다. 약간 짙지만 차분한 톤의 화장, 단정하고 세련된 느낌의 옷차림은 나의 노력의 산물이다.




여전히 나는 외모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처음보단 많이 줄었지만). 하지만 자신을 대상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외모 강박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 화장을 못한 날에도 즐겁게 나가며, 피부에 뾰루지가 올라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현재의 외모 가꾸기에 만족하고, 시간도 돈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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