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리즈 2: 실용주의자의 독서법
이번 시리즈에서는 글을 더 빠르게 읽는 방법, 그리고 속독보다 더 좋은 읽기 방법까지 알려드립니다.
독서 시리즈는 밥 먹고 책 읽고 브런치에 글만 쓰는 프로디의 고민과 발견을 담습니다.
지난주에는 좋은 독서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좋은 독서란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독서입니다. 꼭 먼저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10권 100권 읽더라도, 문제해결력을 기르지 못하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습니다. 효율적으로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4단계 독서법인 '기록-요약-연결-반복'도 배웠습니다.
1. 기록: 책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 기록하거나 표시하기
2. 요약: 책에서 배운 내용 요약하며 기억 굳히기
3. 연결: 생각한 내용들끼리 연결시키며 활용하기
4. 반복: 좋은 책을 다시 읽으며 1~3 반복하기
오늘은 책을 더 깊게 읽는 4단계 독서법을 자세히 알아봅시다.
책 한 권이 300쪽쯤 합니다. 하지만 기억할만한 내용만 모아보면 10쪽 정도 됩니다. 나머지 290쪽은 10쪽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역할이며, 따라서 기억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시간과 기억력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책 전체를 다 집중해서 읽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긴 책을 읽더라도, 핵심만 뽑아서 기억하고 삶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노트에 적읍시다.
밑줄을 그을 때는 단순히 문장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나의 삶이나 생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기록한 부분만 보면 되니까요.
밑줄을 칠 때, 떠오르는 생각도 옆에 적으면 더 좋습니다. 책에 내 생각을 적으면,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사고하게 됩니다. 저는 보통 이런 내용을 적습니다.
왜 이 부분이 눈에 띄는지
다른 글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하거나 의심되는 부분
이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읽은 텍스트는 잊어버려도, 내가 쓴 글은 기억에 남습니다. 책은 작가의 생각만 담지만, 그 옆에 적은 내 생각은 나의 것입니다.
기록했다면, 이제 정리할 차례입니다.
책을 읽었다면 요약을 합시다. 머릿속으로 떠올려도 좋고, 글로 써보면 더 좋습니다.
요약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질문(주제와 배운 점)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1. [주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그 의견은 타당한가?
2. [배운 점]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로운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 5분만이라도 방금 읽은 글을 요약해 보면 책을 깊게 이해하고 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요약은 글을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단순히 글을 짧게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요약은 글을 의미 있는 순서대로 재정리하는 소화활동입니다. 작가가 제시한 글의 흐름을 부수고, 내 논리대로 재조립하면서 글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지요. 평소에는 수동적으로 글을 읽게 되지만, 요약할 때만큼은 글의 구조와 논리를 적극적으로 평가합니다.
또한, 요약은 기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떠올려볼까요.
책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시나요?
그 이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은 얼마나 기억나시나요? 아마 거의 잊어버렸을 겁니다. 정상입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보면 원래 사람은 일주일이면 새로 배운 지식을 잊어버리거든요.
억울하죠?
하지만 망각곡선은 기억을 유지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바로 복습입니다. 반복적으로 복습하면 기억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복습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한번 떠올려보기만 하면 됩니다.
특히, 배운 내용을 짧게 요약해 보는 연습은 뇌과학과 교육학이 검증한 복습 방법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입력활동보다 내 말로 요약하는 출력활동이 기억을 더 강화합니다.
위에서 얘기했듯, 받아들인 지식은 내 것이 아니고 내보낸 지식만 내 것입니다.
설득법, 의사결정, 글쓰기, 마케팅 등
매주 똑똑해지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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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단계를 통해서 많은 책을 짧은 지식들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지식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책 한 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복잡한 문제가 많고, 복잡한 문제는 여러 지식을 연결해서 적용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드릴만 있어도 수리할 수 있는 단순한 고장이 있지만, 큰 고장은 더 많은 공구를 쓸 줄 알아야 하듯이요. 따라서, 기존의 지식과 연결해서 실생활에 활용하는 연습을 해야 독서의 목표인 문제해결력이 길러집니다.
연결은 지식을 연결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책에서 설득하는 전략들을 배웠다면, 두 전략을 어떻게 섞을 수 있을지 고민한 후, 내가 담당하는 고객에게 적용할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식은 무의미합니다.
지식을 연결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제텔카스텐'이 있습니다. 한 문단 길이의 생각 조각을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생각이 쌓일수록 생각을 더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입니다. 제텔카스텐을 발명한 니콜라스 루만 교수는 이를 활용하여 책 70권, 논문을 400편이나 집필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은 전략입니다. 저도 단순화한 제텔카스텐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매주 글을 연재하고 있고요.
제텔카스텐은 적용하기 쉽지만은 않아서 기회가 되면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좋은 입문서로는 숀케 아렌스의 책 '제텔카스텐'을 추천드립니다.
정리하자면, 배운 내용을 연결해 현실에 적용할 때 지식은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얻게 됩니다. 지식을 다양하게 연결하고 조합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독서가 완성됩니다.
책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이 다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책도 있고, 시간낭비인 책도 있습니다.
얼마나 좋아야 좋은 책인지는 각자 의견이 있겠죠. 저는 책에서 한 문장이라도 건졌다면 나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문장이 책값 2만 원과 3시간보다 가치 있다면 말이죠. 좋은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나쁜 책을 거르는 방법은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죠.
아무튼 시간낭비인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거나, 냄비받침으로 쓰면 됩니다. 문제는 좋은 책입니다. 좋은 책을 한 번만 읽는 것은 큰 손해입니다. 책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 책은 별로고, 일부 좋은 책들에 배울 내용이 몰려있습니다.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새롭게 배우는 점이 있습니다. 텍스트는 바뀌지 않지만, 이를 소화하는 독자인 나의 관점이 바뀌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게다가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이전에 기록한 내용들만 다시 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 내용들이 점차 익숙해지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겠죠. 그리고 이렇게 반복하며 읽을수록 기억은 강화되고, 새로운 지식은 쌓입니다.
좋은 책으로 기록-요약-연결을 반복하면서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과정이 실용주의자의 독서법입니다.
"책 X권 읽고 인생이 바뀌었어요~" 하는 식의 글이나 영상이 눈에 띕니다. 인생이 정말 바뀌었다면야 축하할 일이고, 절대적인 양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자칫 독서를 경주 혹은 장보기 목록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읽을 책 목록 앞에서는 조급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패키지여행을 가듯이, 유명한 관광지에 우르르 몰려가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열쇠고리를 구매한다고 꼭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는 않습니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은 놓치더라도 내 나름대로 길거리를 구경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여행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내가 얼마나 느꼈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한 실용주의자의 독서법으로 배운 내용을 기록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권수에 집착하지 않게 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달에 20권, 30권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너무 느린 것은 아닌지 비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배운 내용을 기록하면,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학습에 집중하게 됩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은 정상입니다. 원래 사람은 기준이 없으면 불안해하니까요. 그래서 나만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은 날이라면, 10쪽이든 한 권이든, 배운 내용을 떠올려봅시다. 한 줄을 읽어도 배움이 있다면 성공한 독서입니다.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았으니, 이제 정말로 속독술을 알려드릴 차례입니다.
한 시간에 책 10권씩 읽는 사람이 부러우신가요?
드디어 우리도 속독을 배워서 한 시간 만에 퇴근하고 느긋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속독술이라는 게 진짜 있는 걸까요?
과학적으로 증명한 속독을 다음 주에 알아봅시다.
설득법, 의사결정, 글쓰기, 마케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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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공부가 되는 글쓰기', 윌리엄 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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