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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한턱 쏩니다.

by 박프로

방송 강연에서 본 내용을 조금 각색했다.


회사 회식은 주로 저녁 술자리가 많지만, 달라진 회식 문화와 가끔씩 익숙한 사내 식당 메뉴와

다른 걸 먹고 싶어서, 부장님들이 남는 회식비로 회사 앞 식당에서 점심 회식을 한다.

대부분 회식비로 비용 처리한다. 그래도 잘 먹었다고 얘기해줘야 한다.

자기가 내지도 않지만 자기가 내는 것처럼 거드름도 핀다.


오늘은 김과장이 호기롭게 부장에게 오늘은 제가 점심 한번 쏜다고 얘기한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런 일이 종종 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거나,

아들이 좋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오늘이 그런 날이다. 우리 큰애가 Y대에 합격했습니다. 그래, 그럼 한턱내야지.

따라가는 다른 부서원들은 뭔 일인지 모르지만 공짜 점심을 먹어러 간다.

식사가 나오면서 김과장이 말을 꺼낸다. 우리 아들이 요번에 뭐 Y대 합격해서

오늘 점심은 자기가 사는 것이라고.


이때부터 중요하다. 그날은 아니, 최소한 점심시간만큼은 김과장의 시간이다.

밥값 내는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가능한 그 주제로 많은 축하 인사와 부러움을 표시해 줘야 한다.


이때 구석에서 조용히 이차장이 옆사람에게 얘기한다. 자기 아들이 요번에 S대에 합격했다고.

그걸 들은 사람들은 그 얘기로 김과장과의 대화에서 빠진다.


이거 반칙이다. 자기 자랑하고 싶으면 따로 시간 내서 다른 자리에서 해야 한다.

자기가 말할 자리인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자기가 호스트인지 게스트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호스트가 상대방에게 주문 권한을 주지도 않았는데,

게스트가 자기 맘대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거 아주 막역한 사이가 아니라면 무례한 경우다.

입장 바꿔보면 이해된다.


하면 안 되는 말, 짓을 하는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그걸 모르는 무지, 그래도 된다는 무례.


근데 그럴 나이가 지났으면?

그런 사람과의 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런 사람들 알려줘도 모른다. 괜히 헛수고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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