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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더'의 시대는 끝났다, '빌더'의 시대다

[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오픈AI DevDay 2025는 개발자를 위한 무대가 아니었다.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어디로, 누구에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에는 서비스 하나를 만들려면 거대한 개발팀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코드를 아는 소수가 힘을 가졌다. 이제 그 권력은 아이디어와 맥락을 가진 개인에게로 넘어간다. ‘빌더(Builder)의 시대’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산업 구조의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다.


첫째, 대화가 인터넷의 새 관문이 된다. 오픈AI는 기존 질서를 건너뛰려 한다. 앱스토어나 브라우저라는 낡은 문을 통과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새로운 운영체제(OS)로 만들고 있다. 검색창을 대화창으로, 클릭을 요청으로 대체한다. 구글의 검색 독점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로 세상을 통일했다면, 오픈AI는 AI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모든 하드웨어를 끌어당긴다. "다음 주 부산 여행 계획 짜고, 가장 빠른 KTX 예약해줘." 이 한마디가 검색과 예약 앱 수십 개를 대체하는 세상. 새로운 플랫폼의 지배자가 누가 될지는 명확하다.


▶ 비즈 인사이트: 앱스토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기업들은 ‘AI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여행, 쇼핑, 금융 등 각 분야에서 AI가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실행하는 ‘기본값 에이전트’가 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 ‘검색엔진 최적화(SEO)’에서 ‘에이전트 최적화(Agent Optimization)’로의 진화다. 내 서비스가 얼마나 AI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설계되었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누구나 자신만의 ‘AI 직원’을 만든다. 자동화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AI 에이전트 빌더의 등장은 자동화 시장의 진입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코딩을 몰라도, 자기 분야의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만들 수 있다. 회계사는 복잡한 세법을 학습한 ‘AI 회계사’를 만들고, 마케터는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 카피를 쓰는 ‘AI 마케터’를 옆에 둔다. 자동화의 힘이 기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아는 사람’에게 넘어가는 현장이다. 모든 산업 현장의 업무 방식이 뿌리부터 바뀔 것이다.


▶ 비즈 인사이트: 미래의 유니콘 기업은 소프트웨어(SaaS)가 아니라 ‘에이전트(AaaS)’를 팔 것이다. 특정 업무에 고도로 특화된 AI 직원을 구독하는 모델이 표준이 된다. 인사, 회계, 법률 자문 AI를 필요한 만큼 ‘고용’하고 '해고'하는 시대다. 기업의 조직 구조가 근본부터 바뀐다. 거대한 팀 대신, 소수의 핵심 인재가 수십, 수백의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AI 네이티브’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셋째, 혁신과 규제의 피할 수 없는 충돌. ‘소라 2’와 같은 생성 AI 기술은 창작의 개념을 뒤흔든다. 누구나 머릿속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하지만, 그 결과물은 기존 저작권 체계와 부딪힌다. 기술이 100의 속도로 질주할 때, 법과 제도는 10의 속도로 뒤쫓아온다. 이 속도의 불일치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만든다. 기업과 사회는 안갯속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AI가 만든 가짜 정보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 윤리적, 법적 긴장 관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 비즈 인사이트: ‘AI 리스크 관리’가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른다. AI 모델의 데이터 출처, 학습 과정의 편향성, 결과물의 법적 책임 등을 검증하고 인증하는 ‘AI 감사(AI Auditing)’ 시장이 성장한다. 소비자들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를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윤리적으로 학습된 AI(Ethically Trained AI)’ 인증마크는 유기농 식품 인증처럼 강력한 신뢰 자산이자,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는 기준이 된다.


넷째, 데이터 권력은 누구에게로 가는가. 오픈AI가 우리의 대화, 검색, 결제 내역까지 모두 흡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의 모든 활동 데이터는 특정 AI 기업의 독점 자산이 될 수 있다.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 쪼가리가 아니다. 시장 권력의 원천이다. 한 기업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영향력은 과거 어떤 기업과도 비교할 수 없다. 결국 사용자의 신뢰와 사회적 합의가 오픈AI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데이터 독점에 대한 반발과 규제는 필연적이다. 권력의 집중은 새로운 저항을 낳기 마련이다.


▶ 비즈 인사이트: 중앙집중화된 AI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인 AI(Personal AI)’ 시장이 열린다. 거대 기업의 서버가 아닌, 개인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핵심이다. 나의 데이터는 내 기기 안에 머물며, 나만을 위해 학습하고 작동한다. 데이터 주권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순간, 새로운 생태계가 시작된다.


다섯째, 개발자는 ‘지휘자’가 된다. 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개발자의 정체성은 근본부터 재정의된다. 더 이상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술자가 아니다.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수많은 AI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된다.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뛰어난 빌더 한 명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코딩 실력이 아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여러 AI를 엮어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력이다. 한 명의 빌더가 조직 전체의 성과를 바꾸는 시대가 오고 있다.


▶ 비즈 인사이트: 기업의 인재상이 바뀐다. ‘10배의 코더(10x Coder)’는 필요 없다. ‘10배의 지휘자(10x Orchestrator)’가 필요할 뿐. 최고의 인재? AI에게 정확하게 질문하고, 여러 AI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를 비즈니스 목표에 맞게 조율하는 이다. 특정 산업 도메인 지식과 AI 활용 전략을 아우르는 이가 진짜 인재다.


결국 DevDay 2025는 기술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었다. 권력이 이동하고,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거대한 변화의 서막이었다. 코딩의 민주화는 곧 산업 권력의 재분배를 의미한다. 이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코드 한 줄이 아니다. 더 나은 아이디어, 더 정확한 데이터, 더 깊은 맥락, 그리고 더 나은 윤리적 해법을 누가 더 정교하게 엮어내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새로운 시대의 규칙은 이미 정해졌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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