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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지은 Dec 24. 2023

02 베이투니아에서 만난 대가족 집에서 하룻밤을!

처음 보는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은


팔레스타인 베이투니아 지역을 여행한 날, 우리는 대가족 집에 초대를 받았다. 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신기해 했다. 아무래도 먼 나라다보니 한국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웃으며 나를 맞이해 주었고, 이곳은 정말로 가족들과 이웃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곳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 소문이 났는지 사촌들, 이웃들까지 모두 한 집에 모였다. 그들과 함께 앉아 이곳의 문화와 일상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각 나라의 문화를 공유하며 다양한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대가족 집은 2층 빌라 형태로 되어 있었고, 3대째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집에서의 경험을 통해 팔레스타인 베이투니아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집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가족 구성원으로 있었고, 그들은 활기차게 뛰어다니고 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집 안에 가득했다. 해가 지고 퇴근하는 아이들의 아버지들도 함께 집에 돌아와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여졌다. 아이들은 아버지들을 보고 기뻐서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달려가고, 아버지들도 아이들을 품에 안아주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집 안에서는 밥을 준비하는 며느리들도 보였다. 그들은 부지런히 요리를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그 소리와 향기가 집 안에 가득하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중요성과 따뜻한 가정의 힘을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했던 그날, 집 한쪽에는 나귀와 말, 닭 등 다양한 가축들을 키우는 곳이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들이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나에게 나귀를 한 번 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있었고, 나는 그 제안을 냉큼 받아 나귀를 타보겠다고 했다. 안전장치 없이 나귀를 타는 것에는 많이 무서웠는데 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은 마치 익숙한 듯이 나귀를 잘 타고 다녔다. 길에서 나귀를 타다니 상상도 못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집 밖 공간에서 아이들과 팀을 나눠 함께 축구를 하기도 했다. 정말로 신나게 뛰어놀면서 다양한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다보니 학교를 마치고 온 나와 나이가 같은 한 친구와도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메이크업을 배우는 '히바' 라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아랍 메이크업을 해주었다. 나라마다 화장법도 정말 달랐다. 히바의 도움으로 히잡도 착용해봤는데, 아랍만의 특유의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문화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력적인 아랍 문화에 점점 적응해가고 있었다.


한참을 밖에서 놀고 집에 들어와서 색종이 접기나 스티커 놀이 등 다양한 재미있는 활동을 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문구류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이 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약간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한국에서 우리가 가져온 선물들을 하나씩 선물하며 함께 정을 쌓아갔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가족을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그 가정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나힐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힐은 그 집의 여러 며느리 중 한 분이었고, 매우 친절하고 다정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녀에게는 아이 세 명이 있는데, 아기들이 정말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우리가 따로 쓸 수 있게 방을 하나 내주었는데, 팔레스타인은 온돌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방이 매우 추웠던 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밤 나힐은 추울까봐 털 이불을 세 겹이나 깔아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나힐에게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고 대장(?) 할아버지 부부와 나힐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먹게 되었다. 그날은 나힐의 4살 정도 되는 막내아들 함무드의 생일이었는데, 우리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축하해 주었다. 함무드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쁘게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제 함께 놀았던 초등학생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그들과 마지막으로 찐한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차례로 학교로 향했다. 그 순간을 보며 아쉬움이 가득했다. 더 좋은 추억을 쌓았다면, 더 기억에 남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보낸 그 시간은 나에게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더 기억에 남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면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 뿐이었다. 그들의 성장과 행복을 기원하며, 현재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속히 끝나 다음 번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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