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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매 Dec 06. 2024

촌철을 죽인자는 잡혔나요?

촌철살인 : '날카로운 말로 상대편의 정곡을 찌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교직에 있을 때 전교생 30명이 채 안되는 시골 중학교에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강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먼 길 와 주어 고맙다는 인사가 실감날 정도로 먼 곳이었습니다. 사전에 아이들에게 스마트 패드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려서인지 중학교 2학년 아이들 12명 모두 책상위에 스마트 패드를 장착하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말을 한 후 미디어를 주로 다루는 기자들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한자를 보여주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스마트 패드를 이용하여 한자의 음과 뜻을 찾아 패들렛에 올려달라고 하였습니다. 1분도 안되어 답들을 적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블친들께서도 모두 아시는 한자어라 믿습니다.

  正論直筆(정론직필)은 우리 나라 수많은 언론기관들이 사훈으로 삼을 정도로 사명과도 같은 단어입니다. 언론 기자들은 그만큼 진실에 기초한 보도 자료를 작성하고 유포하여 여론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寸鐵殺人(촌철살인)은 '한 마디의 짧은 쇠로 사람을 죽인다'라는 뜻으로 함부로 쓴 말이나 글이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파멸에 이르게도 하므로 신중하게 기사를 작성하라는 경계의 말로 사용합니다. 학생들과의 2시간 수업을 마치면서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한 아이가 던진 질문에 저는 한 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촌철살인'의 뜻과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보는 활동을 하였는데......... 제 의사 전달 능력이 부족하였나 봅니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이 질문을 한 아이에게 타박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런 일로 쉽게 죽지는 않습니다. 그 아이가 스마트 패드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촌철살인'을 '촌철을 죽인' 의미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웃으면서 학교를 빠져 나왔습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SNS에 올린 글로 인해 누군가는 심각한 패닉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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