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먹다 : 속이 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다
아이들은 수시로 교장실에 들러 희망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소나기처럼 쏟아내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떠납니다. 어떨때는 무거운 숙제같은 것들을 남겨놓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실내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였습니다. 고민끝에 도서관 서가를 재배치하여 실내 놀이터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여 설치해야 할 놀이 기구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 결과, DDR PUMP와 스피드 하키로 결정되었습니다. 천만원이 넘게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모두가 이용 가능한 기구들이라 과감하게 설치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만날 때 마다 저에게 '엄지척'을 하면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생색내듯 실내놀이터 만들 때의 고충을 아이들에게 토로하였습니다.
그러자 1학년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면서 탄성을 쏟아냈습니다.
아차차, 저학년 아이들은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에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살피고 가려 사용해야 이런 수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이에게 '애를 먹다'의 쓰임과 용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카운터 펀치를 저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DDR PUMP 게임을 하였습니다. 단 한 번도 아이들을 이겨보지 못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늘 스텝이 꼬여 중도 포기합니다. 아이들은 망가진 제 스타일을 전리품처럼 즐깁니다. 그래도 스피드 하키는 가끔 이기기는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