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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연주 Jun 15. 2024

가정과 회사의 기로에서

내가 내리는 선택은.

사회생활을 하며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평일은 일에 치여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기 바쁘니 주말이 되면 밀린 집안일을 한 번에 처리한다. 그마저도 피곤해서 잠만 자거나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하면 2주 연속 빨래가 쌓인다. 벌써 옷정리를 몇 주째 못하고 소파며 의자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다.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아빠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아빠의 회사 생활은 나보다 5배는 더 바빴다. 어린 마음에 아빠는 왜 그렇게 맨날 일만 하는지 야속하기도 했다. 


엄마는 어린 우리를 오로지 홀로 키워냈다. 그 시절 엄마들은 원래 결혼하면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믿었을지 몰라도 요즘은 왕성한 사회생활을 한 여자들일수록 산후우울증을 세게 겪는다. 그 시절 엄마들도 산후우울증이라고 미처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그 우울감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아빠는 일을 얼마큼 좋아했을까. 아빠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일을 공부하듯이 즐기며 평생 한우물을 팠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과정은 즐기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아빠를 보고 배웠다. 그렇지만 아빠 역시 그 과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진 않았으리라. 가정과 회사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어떤 순간이 올 때면 아빠는 항상 가족을 택했다. 아빠 어깨에는 자식들이라는 책임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나는 회사생활이 힘들 때마다 아빠를 생각한다. 아빠가 지금의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떠올린다. 


지금 나에게는 어차피 가족이라는 선택지도 없으니 일에만 원 없이 미칠 때다. 홍길동이 떠난 자리에 커리어가 남았다. 원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게 인생이라는 회사 선배의 말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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