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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빵으로 달래진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그 마음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by 은연주


30대가 된 뒤로 확실히 예전보다 소화력은 많이 떨어졌는데 요즘따라 계속 자극적인 떡볶이나 빵을 찾게 된다. 한 반년동안은 식욕이 없었다. 뭘 먹어도 입맛이 없었다. 하루에 한 끼를 먹어도 배가 안 고프구나. 그래도 정신과 약의 장점이 빈속에 먹으면 위가 쓰려서 두유라도 챙겨 먹고 감동란이라도 까먹게 해 줬다. 그때는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 밥을 먹어도 겨우 깨작깨작거렸다. 하지만 요즘엔 뭐에 홀린 애처럼 빵을 달고 산다. 매일 같이 떡볶이를 먹는다. 원래도 당연히 떡볶이랑 빵을 좋아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뇌가 죽어있으니 소화 기관의 활동도 거의 멈춰있는 수준이다. 맨날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의 반복이다.


나 지금 많이 외롭구나. 허기진 외로움을 달래는 데는 빵이 최고지. 오늘도 엽떡에 케이크를 잔뜩 퍼먹고 소화가 안 돼서 오타이산을 하나 털어 넣었다. 역시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야. 옛날에는 건강을 끔찍이 생각해서 하루라도 요가를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하루 한 끼는 무조건 샐러드를 먹었던 나였는데. 정신이 망가지니 몸을 돌보고 싶은 의지도 없다. 엄마는 우리를 키우면서 배달 음식 한 번 먹이지 않고 항상 손수 해 먹였다. 피자 시켜달라던 나에게 직접 라자냐를 만들어준 엄마였다. 치킨이나 피자는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온 날 조르고 졸라야 겨우 한 번씩 먹을 수 있었다. 엄마는 계절마다 제철 나물을 먹이며 나를 키웠다. 그래서 배달앱은 자취를 할 때도 써보지 않았다. 외식도 배달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토스에서 '배달맛집 미식가' 태그를 달아줬다. 우울증을 다르게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옛날의 나는 완벽히 사라졌네. 건강한 것만 취급하던 나 말이야. 밥을 지을 때 남편 먹이겠다고 곤드레를 넣던 그때의 나 말이야. 탄수화물 중독이 이렇게 무섭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던 어떤 작가의 마음을 충분히 알겠다. 나도 죽고 싶은 마음으로 엽떡을 또 시켰다. 이번 주에만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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