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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달 Feb 09. 2024

따뜻한 얼음 이야기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방사선 종양학과에서 일 할때 였어. 아침에 출근 했는데, 보안 요안 목소리가 들렸어 “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무슨일인가 봤더니, 연로하신 노부부가 환자 이송할 때 쓰는 이동식 침대에 누워 계신거야.

이게 무슨일인가 했는데, 방사선치료는 외래로 통원 치료 하는 경우가 많거든.

거긴 환자가 너무 많으니 새벽에 치료를 받기도 했어. 그런데 어르신 부부가 지방에 사시는데, 머물 곳이 없으셔서 병원 의자에서 주무신거야.


“어르신, 여기서 매번 주무시면 안되요. 근처에 방이라도 잡아서 주무세요”

“돈이 없어.. 여기서 치료 잠깐만 받고 가면 되는데..”




내가 어릴때만 해도 암환자 한명만 있어도 집이 망한다고 할 정도로 병원비 부담이 컸어.

지금은 특례산정제도가 있어서 질병에 따라서 최대 5년까지 본인 부담률을 0~10% 만 낼수 있게 되니까 예전에 비해서는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것 같아.

하지만 모든 항암이 적용되는건 아니라 교수님들도 치료 하기 전에 한달에 몇백만원 정도 치료비가 드는데, 하시겠냐고 물어 보시기도 하거든

교수님들도 항상 회의시간에, 그 항암은 치료비가 얼마 정도 되는지 염두해 두시고 처방 하시기도 하더라구


더이상 쓸 항암이 없을때는 비급여 항암은 노인들에게 부담이 될테니 많은 고민을 하시지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분들이 함께 진료를 받을때, 교수님께서, “비싼 항암인데 하실수 있으세요?”

물어보면 자식들은 뒤에서 깜짝 놀라지

평균 한달 월급보다 비싼 병원비에 놀랄수 밖에 없어


암 보험이 있다면야 상관없지만, 연로 하신분들중엔 사보험이 없는 경우도 많잖아


자식들의 난감한 표정을 보고 있는데, 어르신들은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치료를 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어


자식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한달에 천만원 가까이 되는 기약 없는 치료를 하신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환자분들의 상황이 남일 처럼 생각되어지진 않는다.

우리 나라 의료수준은 전세계에서 손꼽히기도 하지만 의료비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병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 점점 가족이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10년동안 와상 환자로 누워계셨던 분이 계셨는데, 고목처럼 빼짝 마르고 매일 욕창 소독을 했는데, 가족이 있어도 오지 않는다고 헀다.


간호사로써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가끔 환자분들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것 같아요” 물으실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대답할수 있는것은

“가장 후회하시지 않을 결정을 하는것” 아닐까요?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전달해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나의 병원이야기는 계속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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