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생에서,
난 누군가 나에게 내가 잘 아는것을 물어보면 최대한 그 사람에게 큰 이익을 얻을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이것 저것 알아보고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내 맘 같은건 아니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다 내맘처럼 알아봐 주고 더 나은 환경이 되게 도와줄꺼라고 믿었던 내가 순진했구나 싶기도 하다. 그 순진함으로 내가 스스로를 놓쳤던’ 순간들이 있었다.
고등학생때,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은 내가 교대에 가서 교사가 되길 바라셨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교대를 지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과목이 체육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체육을 좋아하기도 했고 잘하기도 했다. 무튼 성적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입결도 가능한 점수였고, 재수 하는 동안 운동만 하면 충분히 원하는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실기를 보는날 실수가 많았고, 내가 원했던 대학에 떨어지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여대 체육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학교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말도 안되는 얼차레와 여러 일로 학교를 자퇴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학교를 그만 둔 뒤 인생의 목표를 정하지 못한채 부모님께서 원하는 공무원이 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쓰러 가니 학력이 고졸이라고 기재 해야하니 대학은 가야겠다 싶었다.
미팅에서 나 몰래 남자 가로채기를 시전한 그 친구와 함께 수능을 보러 갔고, 점수가 나왔다.
3번째 수능 점수는 최악이었고 어딜가야 하나 고민하는차에 친구는 재수해서 간호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친구도 그냥 간호과 졸업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 친구가 “너도 간호과 와라 우리 학교 오면 네 성적이면 장학금 받을수 있어”
거길 가려고 3수를 한거라고? 누구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 학교를?
“난 거기 말고 차라리 자대 병원 있는 ㄷ 병원이나 ㄱ 병원가고 싶은데?”
“너 삼수해서 나이도 많은데, 얼른 졸업하고 취업해야지 뭣하러 4년제를 가 나랑 같은 학교 다니면 내가 족보도 주고 책도 줄께 우리 학교로 와”
이미 3번째 1학년을 보내야 하는 내가 부모님께 낯짝이 없어 등록금이라도 보태야겠다 싶어서 그 학교에 부모님 몰래 원서를 넣었다.
합격후 부모님께 말씀 드렸더니 노발 대발 난리가 났다.
“간호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데 그걸 하려고”
“이미 여기만 넣었고, 합격했으니 보내주세요”
부모님은 진짜 내가 어디서 이상한걸 알아와서 저렇게 입시를 엉망으로 만드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다.
난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 먼저 친구가 다니고 있으니 그친구 정보가 정확할꺼야 취업도 잘 된다고 했잖아 ”
그리고 그 친구가 다니고 있는 3년제 학교로 향했다.
입학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포기 한 그 학교를 갔어야 승진도 할수 있고,
졸업 후 진로도 훨씬 넓은 곳이었다는 걸.
왕복 4시간 거리,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나는 왜 이 선택을 했는지,
수없이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통학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고, 학교에 정도 없었으니 학교를 안가는 날도 꽤 많았다. 장학금은 점점 멀어졌고, 나는 졸업이 목표인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선택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친구가 가끔은 원망 스러웠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이었으니까.
간호학과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보다 4년제인지 3년제인지가 취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결국 나는 3년제 중에 괜찮은 학교를 나왔지만, 취업할때 내 선택에 또한번 뼈저리게 후회를 했고 살짝 그친구도 원망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선택은 내가 한것인데..
그렇게 나를 다독였고, 내가 학점관리를 잘 하지 못했으니 그것도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후에 신규때 겨우 적응했을때쯤 내가 가고 싶었던 대병 계약직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 때 또 적응하기도 싫었고, 어차피 승진도 못할텐데 뭣하러 좋은 대학병원을 가나 싶기도 해서 그냥 난 결혼하기 전까지만 간호사를 해야겠다 결심했다.
순간의 선택이 나의 미래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 내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서 병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었을때,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3천만 원을 빌려달라는 거였다.
나는 그렇게 큰 돈이 어딨냐고 했더니 갑자기
“너 퇴직금 받은거 있잖아”
내 퇴직금을 정기적금으로 묶어둔 상태였다.
못 빌려주겠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나를 원망했다.
“친구 사이에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
더 황당한것은 그 친구는 대학병원에 있어서 직원 대출을 받으면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다
“너희 병원에서 대출 받으면 저렴하잖아 거기서 받으면 되지”
“너한테 빌리면 이자 안내도 되잖아”
그때 이제는 이 친구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몰라서 이용당한 게 아니라,
딱해서 놔뒀는데 이제 우리 인연은 여기서 정리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그냥 넘어갔던 이유는 그 친구 집안 사정이 정말 나빴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이해 가지않았던 행동들이 “저친구가 환경이 좋지 않아서 저렇구나 그냥 내가 더 이해해줘야겠다 ” 생각했는데 이제 그마저의 동정도 하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마음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불쌍해서, 미안해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면서 생긴건
상처입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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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나는 호구가 아니다.
나는 나를 지키기로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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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음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나를 잃어버리는 건,
결코 착한 게 아니다.”